류시균의 자연이야기 - 섬서메뚜기

▲ ⓒ 사진 김봉겸
논이나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섬서메뚜기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섬서메뚜기가 오늘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날?

이 녀석들의 모습이 너무 재밌다.
짝짓기 하는 모습이라고 하기 엔 너무 우스워 보인다.
마치 엄마 등에 아이가 업혀 있는 모습이다.
하긴 수놈이 28mm, 암컷이 42mm로 거의 두 배 크기로 암컷이 크다니 이해할 만하다.
그래도 그렇지, 짝짓기 하는 느낌이 나야 관찰하지?
그런데 녀석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도 하고 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참! 정력도 좋지,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기에 저렇게 오랜 시간 버틸까?’

중메뚜기라고 부르는 섬서메뚜기는 몸 빛깔은 녹색, 회록색, 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띄고 있다.
더듬이는 짧고 칼 모양으로 납작하다.

알로 겨울을 지내며 성충은 6~11월에 나타난다.
머리가 원뿔모양이다.
등쪽이 넓적하고 앞날개가 가늘고 길며 그 끝이 뾰족하다.

▲ ⓒ 사진 김봉겸
풀잎이나 꽃잎 등 식물을 먹으며 벼와 보리 등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이다.
그래서 그런지 짝짓기 하는 주변의 나뭇잎을 온통 갉아 먹은 흔적이 보인다.

먹이 감도 돼주고 섬서메뚜기들의 저출산을 위한 보금자리도 마련해 주는 서글픈 모습의 나뭇잎을 보니 그만 화가 난다.
‘야, 이 녀석들아 재미는 다른 곳에 가서 봐야지, 양심도 없냐!’
나뭇잎의 초라한 모습에 그만 냅다 소리쳐 보지만, 녀석들은 눈 하나 꿈적 안한다.
▲ ⓒ 사진 김봉겸


얼마나 재미를 보았을까? 훌훌 털고 일어난 암컷은 폴짝 폴짝 뜀박질 하더니 살포시 나뭇잎에서 내려와 마른 땅에 앉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더니 적당한 곳에 엉덩이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무엇을 하는 행동인가?
잠시 후 배 끝에 달려 있는 갈고리로 벌렸다 오므렸다 반복하더니, 마침내 땅속에 알을 낳는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한 섬서메뚜기의 피나는 노력을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저 녀석들에게 배우면 안 될까? 하는 아쉬움에서......

하지만 한국, 일본, 타이완에 주로 분포하는 섬서메뚜기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저렇게 열심히 사랑을 나누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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