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 - 파리매

▲ ⓒ 김봉겸
초원의 사냥꾼 파리매가 나타났다.
몸길이 25mm~28mm로 몸은 흑색이고 겹눈 사이는 머리나비의 약4분의 1인 파리매는 갈색가루로 덮여 있고 옆 가장자리에 흑색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놈은 육식성 곤충이라 못 먹는 것이 없다.
파리와 벌, 풍뎅이는 물론 잠자리, 노린재, 딱정벌레 까지 다 먹어 치운다.

그러니 초원의 사냥꾼이라 부를 만하다.
이 녀석이 파리목에 속하면서도 길이가 8cm로 파리목에서는 가장 커, 파리도 잡아먹는다. 동족을 잡아먹고 사는 비정한 곤충이다.
그래서 파리를 잡아먹는 매와 같다하여 파리매라 부른다.

▲ ⓒ 김봉겸
긴 다리가 날아가는 먹이를 잡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잡은 먹이의 몸속에 침을 꽂아 액체를 주입하여 근육조직을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먹이를 잡아먹는 다고 하는데, 먹이의 몸속에 있는 체액을 빨아서 먹고 산다.

이 무서운 놈들도 자기들끼리는 잘 어울리는지, 지금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서로 꼬리를 묶고 잡아당기고 있다.
누가 이기나 내기를 하는 것일까? 어떤 녀석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그래도 암컷을 응원하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응원가를 부르려 암컷을 쳐다보았는데, 녀석의 표정이 눈만 동그랗게 뜰 뿐 무표정이다.

▲ ⓒ 김봉겸
얼른 수컷의 표정을 살폈으나, 수컷도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두 눈을 부라릴 뿐 잡아당기는 기색이 없다.
‘녀석들이 뭘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만 흥이 깨져 이 녀석들을 쫒아 버릴까? 하다가 멈췄다.

일반 파리와는 다르게 이 녀석이 물면 따끔거리고 가려움증이 생긴다.
괜히 건드려 달라붙으면 나만 손해다 싶어 그냥 내버려두었다.

‘가만?’ 이놈들이 지금 줄다리기 놀이가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수컷의 꼬리 끝에는 백색의 털 다발이 있어 위에 있는 놈이 수컷 같기는 한데......

▲ ⓒ 김봉겸
파리매의 사랑은 경쟁이 치열해 큰 먹이를 가져다주는 놈에게 사랑을 허락한다고 한다.
녀석들도 선물을 주어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 남자들이 여자 꽁무니를 쫒아 다니며, 선물 공세를 펼치는 사람들의 생활과 흡사해 한편으로는 친근감이 들었다.

하지만, 선물 때문에 사랑을 한다는 것에는 왠지 찜찜하다.
사람들이 혹시 파리매에게 이 못된 버릇을 배우지나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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