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주 소 식』

<<광주=유종필 대변인>>

○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늘(10.11) 오전 10시 30분 광주 전남대학교 대강당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한반도의 현실과 4대국」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 후 김 전 대통령은 전남대학교 재학생 5명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이에 답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 강연전문
존경하는 강정채 총장, 교수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또한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여러분!
오늘 민주 한국의 자랑인 전남대학교가 저를 강연에 초청해 주시고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해 주신 데 대해서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광주와 전남대학교는 이 나라 민주항쟁의 상징으로서 대한민국 역사가 계속 되는 한 그 영광이 영원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려 ‘한반도의 현실과 4대국’에 대해서 몇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일 돌연 북한에서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침내 북한이 또 한 번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북한의 이번 핵 실험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번 핵 실험으로 북한은 민족의 운명을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북한은 1991년에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했습니다. 미일 강경세력을 크게 고무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핵 실험을 통해서 북미간의 직접대화를 하고자 하지만 그러한 벼랑 끝 전술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핵 무장을 단념해야 합니다. 미국의 거대한 핵전력 앞에 별 성과도 얻지 못하면서 미일의 강경정책만 부추기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합니다. 핵무기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 대가로 북미 양자간의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미국에 대해서 몇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북한의 핵 실험은 북한의 NPT 탈퇴, IAEA 요원 추방, 미북간 제네바 합의의 파기와 함께, 미국의 대북 핵 정책의 실패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1994년 이래 주고받는 일괄타결을 주장했습니다. 클린턴 정권은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서 거의 성공의 단계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은 이를 외면하다가 오늘의 실패를 가져 온 것입니다. 이제 미국은 핵을 갖게 된 북한과 어떻게 대화할 것입니까?
하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인데, 미국은 현재 그러할 능력이 충분치 않으며, 또한 우리는 이를 절대 반대합니다.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은 7천만 민족의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북한의 핵 보유를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압박과 경제제재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조장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북미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악의 축’인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나 역사적 사실로 보나 정당하지 않습니다.

대화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를 위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사악하다는 어떠한 정권과도 대화하는 것입니다. 닉슨은 ‘전쟁 범죄자’라고 낙인찍힌 중국의 모택동을 찾아가서 대화하였습니다. 레이건은 ‘악마의 제국’이라고 지칭하던 소련과 대화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중에도 북한과 대화하여 휴전협정을 맺게 했습니다. 오늘의 평화는 그 덕입니다.

대화를 위해서는 미국 의회에서 결정한 대북정책조정관을 조속히 임명해서 대북정책을 재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노릴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한 핵을 제거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에는 동조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는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주고받는 협상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도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반도에서의 햇볕정책에 대해서 여러가지 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햇볕정책은 남북간에는 성공한 것입니다. 다만, 북미관계가 장애가 되어서 완전한 성공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미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무엇보다도 긴장이 완화되었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지금처럼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하면 공포 분위기 속에 피난하는 소동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 아주 안정되어 있습니다. 국제적인 신용기관도 북한 핵 실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남북간에는 이외에도 1만 3천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전에는 50년 동안에 겨우 200명이 만났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남한에 대한 적개심이 우호와 선망과 감사의 심정으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130만 명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2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남북을 왕래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열렸고 앞으로 35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그곳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휴전선의 상호비방방송이 중단되었습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가 연결되었고 이제 개통만 남았습니다. 이 철도가 압록강을 넘어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가 될 것입니다. 엄청난 부와 발전을 우리나라에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압록강의 기적’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북도 좋고 남도 좋은 윈윈(win-win)의 결과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다음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아시아 시대의 중심이 되는 것은 한,중,일 동북아시아 3국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조선왕조 말엽에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할 때도 미,일,중,러 등 4개국이 우리 운명을 좌우했습니다. 일청전쟁, 일러전쟁, 가쓰라-태프트 밀약 등에 네 나라가 관여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예일 대학의 폴 케네디 교수는 “한국은 네 마리의 코끼리 다리에 둘러싸여 있는 존재이다. 이 사이를 잘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35년 전 1971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4대국에 남북을 합친 6자회담이 상설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4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의 위상으로 보아서 외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4대국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안정과 번영의 큰 성공을 이룩할 것입니다. 조선왕조 말엽과 같이 이에 실패하면 큰 불행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외교의 중요성을 무엇보다도 크게 생각하고 우리 전체가 외교 잘하는 민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4대국 모두가 우호와 친선, 공동 승리의 협력관계를 실현시켜 나가야 합니다. 단 한 나라와도 적대하면 그 나라가 우리나라를 도와줄 힘은 없어도 해코지할 힘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외교를 잘하는 것은 굴종이 아닙니다. 작은 나라가 대국 사이에서 살아나고 번영을 누리는 하나의 예술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그러한 일을 해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외교 잘하는 민족이 됩시다.

이제 4대국별로 우리의 대응할 길을 말씀해보겠습니다.

먼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은 우리 안보에 가장 중요한 나라이고, 경제를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튼튼한 방위동맹을 유지해 나가는 한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4대국 중에 한반도에 대해서 영토적 야심을 갖지 않았던 나라는 미국뿐입니다.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맹방은 미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이 중요한 만큼 미국의 정책 여하는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한국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랍니다. 한반도는 우리가 죽고 사는 터전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장은 절대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공산주의를 반대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우리는 자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한국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처리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일본에 대해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경제와 안보를 위해서 중요합니다. 특히 안보에 있어서는 미,일동맹이 한반도에서의 안보를 뒷받침하고 있는 이상 일본 역시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큰 걱정거리는 일본이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을 부인하는 평화 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고, 한반도 침략과 태평양 전쟁의 책임을 부인하는 새로운 국가주의적 교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신내각의 출범과 더불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은 지금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대일 비판의 소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은 2차대전 당시 공동의 침략자였던 독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독일은 침략전쟁의 잘못을 철저히 인정하고 충분한 사과와 배상을 했습니다. 독일은 침략전쟁의 진실에 대해서 어린 세대부터 교육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독일의 반성과 시정의 태도는 주변 각국의 신뢰를 얻게 되어 독일 통일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일본은 이대로 가면 아시아의 나라와 큰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다음은 중국에 대해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하는데 있어서도 상당한 협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1세기의 경제를 제패하는 패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1820년경 당시 전 세계 GDP 중에서 영국이 5%, 미국이 1%일 때, 27%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과 일본 일부에서는 공동으로 중국을 봉쇄하려 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것은 단견입니다. 중국을 봉쇄하면 봉쇄할수록 중국 군부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가 크게 일어나서 지금 모처럼 개혁 개방의 흐름 속에 일고 있는 민주화의 가능성을 말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의 긴장은 크게 고조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는 이제 급속히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와 연해주에는 석유, 가스 등 기타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이 풍부하게 있습니다. 이제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종단하고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해서 서부 유럽까지 가는 철도의 주요 선로국가로서의 가치도 매우 큽니다.

‘철의 실크로드’의 개통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육로로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에 진출해서 큰 경제적 성공을 이룩하는 핵심적인 수단입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중요성도 우리는 크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는 6자회담의 일원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압록강의 기적’은 러시아의 협력 없이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미,일,중,러 4대국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안전을 성공적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4대 강국과 경제협력을 증진시키면 우리는 21세기 경제적 선진국의 중추가 될 것입니다. 4대국 외교는 그토록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4대국의 협력 속에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면, 한국은 4대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궁극적으로는 중립적 위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를 위해서나 4대국 각 나라를 위해서나 현명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마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행동하는 양심’이 되십시오. 우리의 마음속에는 남을 나와 똑같이 사랑하는 천사가 있고, 나만 생각하며 남을 해코지하고자 하는 악마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천사가 이기기도 하고 악마가 이기기도 합니다. 천사가 이기게 하기 위해서는 내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부모, 형제, 아내, 자식, 친구, 사회, 국민들을 사랑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웃 사랑에 치중하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랐든 오르지 못했든, 부자가 되었든 못되었든, 오래 살았든 못살았든, 인생의 삶에 성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둘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간직하십시오. ‘무엇이 옳으냐. 무엇을 해야 하느냐’하는 원리 원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하되,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서는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이 능숙한 실천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길입니다.
셋째, 모든 일을 결정할 때는 세 번 생각하십시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직장에 취직할 때 먼저 어느 직장이 좋은지 선택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거기에 문제점이 없는가, 내게 정말로 적합한가 하는 것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작은 문제점이 있다하더라도 그 직장을 택하겠다고 하든가, 문제점이 너무 크니까 포기하겠다든가,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렇게 논리학의 변증법의 정반합과 같이 세 번 생각하게 되면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는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외교하는 국민이 되십시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은 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서 외교가 생명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외교에 관심이 너무 적습니다. 성질이 급해서 외교를 그릇 칠 수도 있습니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외교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우리 주위에 있는 외국인부터 사귀기 시작하십시오. 가능한 한 세계 여러 나라를 자주 다니십시오.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하는 벗들이 많이 생기도록 4천 7백만 전 국민이 외교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19세기와 20세기는 민족주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세계주의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인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여러분의 선배들은 오늘의 민주주의와 국가적 번영, 그리고 한류의 세계적 진출을 위해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단군 이래 처음으로 세계 속에서 우뚝 서는 큰 봉우리가 될 것입니다. 선배들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사랑하는 국민을 위해서도 여러분은 이러한 사명을 완수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거듭 말합니다. 21세기는 지식기반과 교육수준이 뛰어난 한국의 세기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21세기의 승자가 되십시오! 여러분 모두가 민족의 통일과 발전의 일꾼이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남대 학생 5명의 일문일답 내용

질문 :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북 포용정책의 수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대북 포용정책의 수정과 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 : 대북 포옹정책 그만두어야 한다는 해괴한 여론이 돌아다닌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북핵실험은 햇볕정책이 아닌 미국이 못살게 굴고 살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실험을 두고 햇볕정책을 거론한 것은 타당한 주장이 아니다. 스스로 없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흔들면 바른 정책을 할 수 없다.
햇볕정책은 남북간에는 성공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반성하지만 기여한 일은 정당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핵 문제의 책임이 북한과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 책임 없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그것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북미관계 때문에 장애가 됐다. 미국과 북한이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

질문 : 북한 핵실험 발표 이후 UN 안정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 열어 UN헌장 7장을 통한 대북제재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UN헌장 7장은 경제제재는 물론 군사적 제제를 가능케 하는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대북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한반도는 전쟁위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군사적 제재까지 고려한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고 평화적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답 : UN안보리의 북한제재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군사적 제재는 없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상임이사국이 반대하면 어렵다. 경제제재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전직 대통령과 모임에서 언급했지만 우리는 북핵 발사를 막는 데는 앞장서야 했지만 지금은 징계하는데 앞장설 필요하가 없다. 유엔과 러시아, 일본 등의 태도를 봐가며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UN의 경제제재도 효과는 의문이다. 미국 전문가들도 대화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북핵을 실험한 것은 잘못됐고 단호히 비난 받아야 하지만 미국도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하지 않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햇볕정책 공격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간접적인 당사자인 만큼 이성적으로 생각해 갈등의 요소를 해소하는데 도와줘야 한다.

질문 : 국민들은 한미 FTA가 한국에게 기회인지 위기인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한미 FTA를 어떻게 생각하고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답 : 한미 FTA는 근본적으로는 해야 한다. 잘하면 약이지만 독이 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21세기는 세계화시대로 우리나라만 가지고 되는 일은 없다. 우리만의 폐쇄적이고 쇄국적인 생각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칠레와 FTA를 체결해 성공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잘하면 덕을 보고 못하면 피해를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농업분야는 가장 취약하다. 나도 성공 못했지만 농업부문에 대한 경쟁력을 갖도록 키워야 한다. 우리는 자동차와 조선, 섬유, 철강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능력도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시장제도, 사회보장, 평화유지에 대해 유엔의 다수국가에서도 모범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FTA는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시장을 빼앗긴다.

질문 :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은 높이 평가된다. 한국형 민주주의가 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답 : 민주주의는 세계화의 조짐이다. 민주주의는 서구의 것이니까 아시아에서는 적합지 않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 과반수 이상의 나라가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싹이 트고 있다.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것이지 어느 특정한 것은 아니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없다. 사정에 따라 내각제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가 백성이 주인이 돼야 한다는 원칙은 세계 공통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공짜’가 없다. 미국의 3대 대통령 제퍼슨은 “민주주의는 인민의 피를 먹고 산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증명됐다. 한국민주주의는 뿌리가 깊다. 한국에서 군사쿠데다는 이제 있을 수 없다.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는 자기 손으로 민주주의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맥아더에 의해 군국주의에서 민주주의가 시행됐기 때문에 민주주의 주체세력이 없다. 그래서 과거 군국주의 세력이 부활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고 국민의 동참이 있어야 한다. 외세나 우연에 의한 민주주의는 오래가지 못한다.

질문 : 대북경제정책에 대해 일부 여론에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퍼주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상호 경제협력인지 아니면 일방적 퍼주기인지에 대한 견해는.
답 : 북한과 주고받기 식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에 엄청난 발을 내딛고 있다. 첫째, 북한에서 중국의 물자가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중국이 들어와 있다.
북한에 대해 미국이 봉쇄하고 우리가 진출을 못하면 북한은 중국의 지배 속에 들어간다. 미국의 북한 봉쇄정책은 중국에 밀리는 것으로 중국의 힘은 휴전선, 일본을 건너 태평양까지 가게 된다. 북한에 대한 진출은 중국과 우리의 힘을 균형 잡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엄청난 이권을 가지고 있다. 철도와 전력, 항만, 금강산.백두산 관광, 북한 경제의 핵심을 30-50년 사용토록 돼 있다. 당면한 핵문제 등에 가려서 그렇지 북한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남들이 손을 못 대도록 해야 하며 손을 떼고 나와서는 안된다. 경제가 들어가게 되면 민심의 변화를 가져온다.
북한은 2002년 7월1일 경제개선조치 이후 상업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의사도 오후에는 장사한다. 자본주의가 침투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침투하면 사유재산이 늘어난다. 사유재산은 중산층의 증가를 가져오고 정치적 자유를 요구로 이어진다. 모르는 사이에 물이 스며들듯 (자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 햇볕정책의 결과이다.
아주 중요한 문제는 경의선과 동해선이 완공됐지만 개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전역을 종단해 압록강을 건너야 만주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로 진출해야 한다. 이럴 경우 광양과 부산은 동방의 물류기지가 될 것이다.
‘철도를 통해 대륙으로 가는냐’ 철의 실크로드를 종횡무진으로 달려가 압록강의 기적을 만드는가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제적 아젠다다.<끝>


2006년 10월 11일
민주당 대변인실

장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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