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을 간직한 99세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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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을 간직한 99세의 어머니
  • 유현우 기자
  • 승인 2013.06.13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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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박사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시인)

▲ ⓒ cdntv
이 세상에서 장수하는 것은 복 중에 복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육체적, 정서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은 노인의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들의 고용시장은 사회에서 외면되고 금융의 환경은 이들을 가계부채의 중심으로 내몰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졌으므로 가정에서는 더 이상 모시기가 어려워 노인사회복지시설에 위탁하여 어르신들이 남은여생을 편안하게 모시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내가 아는 지인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방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구름이 얕게 낀 아침 우리일행은 영동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옮겨 달리다가 원주 치악산을 바라보고 신림이라는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갔다. 곧바로 명성수양관이 눈에 띄었다. 10여 년 전에 전국세미나에 참석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것도 잠간 지나갔고 어느덧 영월군 주천이라는 면소재지에 안착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는 군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99세의 어머니를 반갑고 기쁘게 뵙고 예배를 드리며 축복기도를 했다.

우리나라가 한일합방이 된 직후에 태어났던 어머니와의 뜻 깊은 만남, 특별한 만남, 성령이 충만한 만남이었다. 하나님은 그 어르신을 사랑하시고 계심을 느꼈다. 그렇다. 이 땅에 어두운 곳에 한 줄기 신령한 빛으로 오시는 주님의 생명의 빛이 그 분 안에 임하는 것임을 알았다. 장수는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하늘의 복이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가문으로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 그 만남을 의미 있게 생각했다.

산새가 뛰어나고 주천강이 흐르는 요양원 주변 환경은 크지 않은 산이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담당 사회복지사와 대화를 하면서 혹시 이곳에 100세가 넘은 어르신이 계시는지 궁금하여 문의하니, 그가 대답하기를 “이곳에는 49명의 할머니들이 계시는데, 그 중에 이 분보다 더 연세가 있으신 101세 할머니가 함께 기거한다고” 하였다.

내 생애 99세가 넘은 어르신을 뵙는 것은 처음이었다. TV나 사람들의 말로만 들었던 초고령의 어르신을 만난다는 것은 기쁨 그 자체였다. 지인의 어머니는 기나긴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듯이 얇고 깊은 주름이 있는 얼굴이었지만, 노인으로서의 그 아름다운 자태의 모습은 잔잔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참 곱게 늙으셨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월이라는 곳이 그렇게 장수의 마을임을 새삼 알았다.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값진 인생을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독거노인과 노인요양원에서 남은여생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OECD)회원국 가운데 노인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심각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들은 “나 아직도 쓸 만해…”라며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쉽고 마음 아픈 것은 대한민국 노인의 45%가 가난하다는 OECD통계가 있다. 시내 거리를 다니다보면 연로한 어르신들이 좁은 골목을 비롯해 위험한 차도까지 다니며 폐지를 줍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자녀들이 어르신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노인들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어떻게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분들은 10대 말, 20대 초에 자녀들을 낳았고,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었다.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를 넘는 배고픈 세월을 보냈다. 가정과 국가의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농·어업과 산업 현장에서 피땀을 흘려가며 일을 하였다. 그 결과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기둥의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들 중 남은여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있는가? 예기치 못한 경제적, 육체적인 악화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고통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녀들과 배우자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자살을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지금의 실정은 우리에게 더욱 아픔으로 다가온다.

노인들은 배우자와 사별하고, 때로 독거생활로 인해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이 요구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노인들이 쉽게 겪는 관절염, 안질, 난청, 당뇨병, 치매, 심장질환, 각종 암 등등의 질병으로 인해 더욱 육체적, 정서적인 소외를 더 깊이 받고 있다.

노인을 만나 대화를 할 때는 어르신과의 관계를 위해 진솔성 있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존중성을 잃지 말고 공손하게 대해야 한다. 특히 노인심리상담을 할 때에는 상담자 중심이 아닌 내담자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가가는 성실하고 의미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표면적인 공감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전체적으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가족들과도 반드시 상담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녀들이 지금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르신과 평소에 대화와 정서적인 교류는 원만하게 하고 있는지? 내담자가 원하는 진정한 자녀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르신이 잘 주무시는지? 음식을 드시고 소화는 잘 되고 대소변은 잘 보고 있는지? 에 대해서도 질문해 보고 어르신과 현재의 신체적인 어려움을 함께 공유한다면 그 분들과 가족들이 더욱 발전된 소통의 모습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인요양원에서 99세의 어르신을 뵙고 느끼는 분명한 것은 한 사람의 장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곳에서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임을 분명히 보았다. 장수의 복이 있는 가문은 특별한 무엇이 있었다. 후손들이 효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감동을 받았다. 어르신을 공경한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부디 사시는 동안 더욱 건강하시고, 후손들에게는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어머니, 할머니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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