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 비효율적 지원, 변칙적 MOU 이행, 무성의한 사후관리

무원칙, 비효율적 지원, 변칙적 MOU 이행, 무성의한 사후관리
산업은행이 누적된 경영손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산은캐피탈에 원칙과 효율을 무시한 ‘묻지마’ 式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산업은행은 누적된 경영손실<별첨1>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산은캐피탈을 지원하기 위해 경영협의회 의결을 거쳐 기명식 보통주 57,420주를 인수하는 지원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2003년 10월8일, 14일 및 12월 27일 세 차례에 걸쳐 2,871억원이 산은캐피탈에 지원됐다.

당시 경영협의회가 논의한 산은캐피탈 향후 육성방안 중 업무발전방향의 골자는 장기부문인 리스/벤처사업의 비중을 60%에서 40%로 축소하고, 대신 단기부문인 대출/카드사업 비중을 40%에서 60%로 확대함으로 장단기 균형을 통한 안정적 portfolio를 구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IMF 이후 리스회사들의 몰락과 자금경색에 몰린 벤처기업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산은캐피탈의 이러한 사업방향 전환은 자체 영업수지 개선을 위해 상당한 공적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산은캐피탈에 대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수천억원의 증자지원을 결정한 것이 적정한 것이었나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우제창의원(열린우리당, 경기용인 갑)은 “누적된 경영손실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산은캐피탈이 사업분야의 비중을 변화시킴으로써 공적인 정체성이 약화됐음에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묻지마’ 式 지원을 계속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원의 효율성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증자결정 당시 산은캐피탈은 후순위채 980억원(금리 11.62%), 사모사채 1,300억원(금리 8.27%) 등 고금리 여신을 보유하고 있어 이에 대한 상환필요성이 시급했고 당시 경영협의회에서도 이의 조기상환을 논의했으나,

실제로는 후순위채 980억원만을 조기상환하고 CP상환(금리 7.5%)과 카드사업(FY03기준 수익률 2.7%)을 위한 유동성확보를 이유로 고금리 사모사채 1,300억원은 2004년 4월과 9월에 만기상환함으로써 이자부담을 가중시키는 비효율을 초래했다.

우제창 의원은 “고금리사모사채상환을 통한 기업체질 강화에 주력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외형확장과 밀접한 유동성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당시 지원이 얼마나 무원칙하고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반증(反證)이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경영협의회에서 지원의 전제로써 거론됐던 조직축소 및 인원감축 등 MOU 이행도 변칙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산은캐피탈과의 MOU 체결을 통해 수익성 없는 일부 국내지점 및 해외점포의 정리와 상위직급을 위주로 하는 25% 수준의 인원감축 이행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형식적인 조정에서 그치거나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축소의 경우 2003년 3월 당시 7개였던 국내점포는 3개로 정리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태국, 네팔, 베트남에 있는 3개의 해외점포는 현지 규제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정리를 미루고 있고,

상위직급 위주로 25% 감축키로 한 인원감축의 경우<별첨2>, 2003년 3월 168명이었던 임직원을 125명으로 축소해 외형상 이행을 한 듯하나 실제로는 최하위직급인 6급 직원을 직원 중 가장 많이 감축하고(24명⇨14명, 41.6% 감축) 당시 43명이었던 계약직 직원은 50명으로 늘리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식 인력감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제창의원은 “산은캐피탈의 변칙적 MOU 이행은 산업은행의 무성의한 관리에 기인하는 면이 적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과지분매각 및 해외자본유치 등 지원 후 사후관리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업은행은 산은캐피탈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소액주주를 대상으로 20:1 감자 (산업은행은 25:1)실시 후 증자를 단행했으나 일반소액주주의 불참으로 출자부담이 커지고 결국 2004년 6월 현재 97.5%에 달하는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의하면 “소액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수가 100분의 10미만인 경우”와 “최대주주등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수가 100분의 80이상인 경우“ 해당종목을 관리종목으로 편입시키고 있어, 산은캐피탈도 올 6월말 기준으로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이와 관련해 우제창의원은 “내년 6월까지 초과지분매각과 소액주주 분산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산은캐피탈의 상장폐지가 불가피해지므로 전략적 매각 및 외자유치 등 다각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우제창의원은 “산은캐피탈에 대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은 공적자금투입과 부실사후관리의 단면을 연상케 한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관리와 경제논리에 기초한 지원원칙 정립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우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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