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철 재검토…치열한 찬반 논쟁

광주광역시에 지하철이 개통한 지 올해로 10년째입니다.

그런데 1년에 한 번도 지하철을 타지 않는 시민도 많습니다. 지하철 1호선 수송분담률은 2.7%에 불과합니다. 시내버스의 13분의 1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광주광역시가 보전해 준 지하철 적자만 3천백억 원에 이릅니다. 어찌된 내용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광주지하철이 계속 적자라고요.

=네. 지하철 적자는 개통 첫해 165억 원에서 지난해엔 39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시민 한 명이 지하철 한 번 타는데 2천 원씩 보전해주는 셈입니다. 적자가 늘고 있는 1호선의 시행 착오를 2호선에서도 되풀이하지 않을까? 2호선 재검토 논의가 시작됐고, 2호선 찬반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은 광주의 애매한 인구 특성이 반영됐습니다. 인구 110만 명의 창원은 지난달 도시철도 건설을 백지화했습니다. 인구 30만 명 안팎의 목포나 순천에 지하철을 건설하자는 사람은 없습니다. 재정 적자가 만만치 않지만, 감히 서울에 지하철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인구 250만 명의 대구는 2호선까지, 350만 명의 부산은 4호선이 운행 중입니다. 인구 148만 명의 광주는 2호선 건설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 지하철 수요 예측이 ‘고무줄’이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네. 수요 예측은 누가 어떤 의도로 하느냐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가교통DB의 정해진 자료를 입력하기 때문에 수요 예측은 정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수´를 입력할 때 어떤 의도로 입력하느냐에 따라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지하철 한다 안 한다를 ‘오락가락’하고 있군요.

=지난해 12월 도시교통 정책실무 위원회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 변경안´을 정부에서 승인받았습니다. 이때 2호선 계획안을 심의한 위원 25명 가운데 11명은 심의결과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심의 결과를 제출한 14명 모두는 2호선을 건설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이 10개의 의견을 냈습니다.

심의 의견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안해 철저한 검증과 원활한 재원조달 계획이 필요하다." 등이었습니다.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을 우려한 것입니다. 광주시는 "시비 조달액은 연평균 473억 원으로 (중략,사진 참조) 재원 조달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조치했습니다. 2호선을 지을 돈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전혀 다른 재정분석 자료가 나왔습니다. 광주시가 투자가능재원이 연간 3천억 원 정도인데 2호선을 건설하면 연평균 8백억 원 정도를 쓰게 돼 가용 재원이 줄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복지와 환경 등에 써야 할 돈은 많은데 2호선을 짓게 되면 2천억 원 정도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2호선을 지을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2호선 재검토가 시작되자 있던 돈이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1조9천억 원이 드는 이 사업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됐겠죠. 다른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겠는데요.

=2호선 재검토 논의로 연간 수백억 원의 지하철 적자는 상식이 됐습니다. 2호선을 건설하면 적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500억 원에서 900억 원대로 더 늘어난다는 것도 알려졌습니다. 이에 찬성 측은 적자를 줄이거나 다른 예산을 끌어와 적자를 메우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호선 논의 와중에 김치축제가 사라질 처지입니다. 20년을 이어 온 광주김치축제를 없애고, 이 예산을 아껴서라도 지하철은 해야한다는 말이 시의회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25일 광주시의회는 내년 김치축제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시의원들은 2019세계수영대회가 1회성 스포츠 이벤트라며 이것도 취소해 지하철 예산에 보태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매우 무리한 상황으로 보이는데, 찬성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내세우겠죠.

=네. "지하철은 광주를 보다 활기차고 쾌적한 도시로 새롭게 바꿀 것이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996년, 광주 지하철 1호선 기공식에 참석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사말입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19일 김옥자 시의원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생산 활동은 아니지만 이로인해 파생되는 시민들의 교통편의, 지역 경제 활성화, 녹색도시, 아시아 중심도시로서의 위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활동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양측이 팽팽하네요. 수뇌부의 의견도 전해주시죠.

=광주시 민진기 예산담당관의 답입니다. "지하철을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을 해서 부도가 나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광주 미래를 위해서 어떤 방안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것은 투자 우선순위 선택의 문제죠."

윤장현 시장은 지난 19일 시의회에서 2호선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교통) 편리와 복지 매우 중요하지만 정말 지역의 미래에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의 약자에 대한 복지문제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2호선 찬성 측에서는 2호선을 건설하지 않으면 광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윤 시장은 광주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2호선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합니다. 도시철도 2호선을 두고 모두가 광주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치열한 고민과 논쟁이 2호선을 건설하거나 하지 않거나 광주의 소중한 역사로 남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 광주지하철1호선 노선도 ⓒ 광주도시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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