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있는 제2금융권에 최고경영자(CEO) 승계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최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루비룸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쟁점과 평가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제2의 KB금융지주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가 제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이하 모범규준)에 대한 전문가 진단을 통해 올바른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통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금융회사에 CEO 승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 모범규준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금융회사는 CEO 승계·후보군 관리업무를 이사회 상시업무에 포함하고 주기적으로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

또 해당 업무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해 일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모범규준이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지도라고는 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의 경직적인 관리방식대로라면 강한 효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모범규준이 보이지 않는 규제, 창구규제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민세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은행·은행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배주주가 없고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를 10%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는 은행·은행지주회사가 CEO 승계계획을 마련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대주주가 있는 제2금융권에까지 이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 민 교수는 사외이사가 임원후보의 적격성까지 판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모범규준 적용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규제차익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자산규모 2조원이상 금융사와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인 자산운용사에게까지 해당규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섀도우뱅킹 사례와 같이 업권간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수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규제차익을 해소 할 필요는 없다"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같지 않기 때문에 접근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사는 자산규모가 2조원 미만이어도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이면 포함된다. 산은·기은·수은 등 특수은행은 근거법이 우선 적용된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교수는 사외이사 규정과 관련해 “모범규준이 주주제안권(상법 제363조의2)에 대한 침해로 상법과 충돌 된다”며, “상법 제382조 제1항에 따르면 사내·외 이사를 선임 할 때 주주총회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자만이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수 있다고 규정해 결국 상법을 침해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교수는 모범규준의 효력에 대해 “가이드라인인 모범규준이 사실상의 강제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모범규준을 이행하지 못하는 회사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유를 소명하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제”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모범규준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타 기관과의 관계설정이 규정되어 있지 않고 이사회와는 독립된 기관으로 설계되어 있다”며,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를 포함해야한다는 규정(규준안 제14조 제2항)도 결국 사외이사가 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총수의 과반수로 해석하게 될 것이므로 주주가 아닌 사외이사 뜻대로 CEO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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