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출신 30대 초반의 박사급 연구원이 4일 실시된 삼성 임원 인사에서 파격적으로 본사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시겠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파격 승진한 사람이 있지요.

=네. 1981년생으로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프라나브 미스트리(33)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연구소 VP(바이스 프레지던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인사론(論)’에 따라 연령·연차·국적을 따지지 않고 발탁 인사를 실시한 결과입니다. 신임 미스트리 상무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본사를 통틀어서도 이번 임원 승진자(353명) 가운데 최연소입니다. 어린 나이도 화제지만 삼성이 영입한 천재급 중에서도 가장 유명세를 탄 인물이기도 합니다.

-본래부터 잘 알려졌었나 보군요.

=네. 그는 MIT 미디어랩 출신의 가상현실·웨어러블 분야 과학자로 2009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MIT에서 박사학위를 밟기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2009년 11월 글로벌 지식 축제인 ‘TED 콘퍼런스’ 연사로 나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동작만으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작동시키는 ‘식스센스 테크놀로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식스센스는 4개의 손가락에 각기 다른 색깔의 테이프를 붙인 다음, 카메라와 프로젝터를 사용자의 목에 달면 사용이 가능한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디바이스입니다. 2013년 삼성이 웨어러블 기기 ‘기어’를 발표하기 4년 전에 미스트리 상무는 혼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든 셈입니다. 그는 단 5개월 만에 개발비용 350달러(약 39만원)를 들여 식스센스 테크놀로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정도면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식스센스의 기능이 더 궁금하군요.

=미스트리 상무가 개발한 식스센스 기술은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선보인 가상현실 기술과 매우 유사합니다. 예컨대 두 손의 엄지, 검지로 직사각형 모양을 만들면 자동으로 사진이 찍힙니다. 손바닥으로 벽을 치는 제스처를 취하면 찍혔던 사진이 화면에 비춰집니다. 손가락으로 사진을 집으면 사진 편집이 가능하고 옆으로 휙 던지면 e메일로 보내집니다. 흰 종이를 들면 종이 위에 그대로 태블릿PC 형체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 가상의 키보드도 종이 위에 마술처럼 나타납니다. 심지어 가상의 키보드로 입력도 가능합니다.

-자신의 명칭 그대로군요. 반응은 어땠습니까.

=TED 콘퍼런스에 참석한 1200명 방청객 모두 기립 박수를 칠 정도였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생활과 가상현실을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미스트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삼성뿐만 아니라 MS·애플·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TED 발표 3년 뒤인 2012년 미스트리 상무는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연구소에 영입됐으며 이후 삼성 웨어러블 기기 기어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삼성이 그를 파격 기용한 이유가 또 있나요.

=사실 미스트리 상무가 33세 나이에 상무로 파격 승진한 데는 실리콘밸리에 몰아치고 있는 ‘인도 인재 열풍’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그가 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은 인도국립공과대학(IIT) 학생들은 연봉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내건 삼성전자의 스카우트 제의도 마다할 정도로 콧대가 높습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IIT를 졸업하려면 180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전체 90% 이상을 전공과목으로 채운다”며 “반면 평균 130∼140학점을 이수하는 한국 대학생들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절반 이상을 전공이 아닌 교양 과목으로 신청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인 IIT 출신 인재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 비노드 코슬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설립자 등이 있습니다.

-미스트리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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