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8일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시에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까지 운행하는 직통열차가 개통했습니다. 이우시에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는 뜻의 ´이신어우(義新歐)선입니다. 이 열차의 개통이 무얼 의미하는지 짚어보았습니다.

=바야흐로 ´철의 실크로드´ 시대입니다. 중국이 개통한 열차의 운행거리는 1만3052㎞.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8개 국가를 관통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 운송 노선’입니다.

이신어우 선의 개통으로 중앙아시아 내의 경제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에 있어 신호탄이 쏘아졌습니다. 지난 13년간 상하이협력기구를 이끌며 미국을 견제하던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긴장감이 감돕니다. 때마침 9ㆍ11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해 중앙아시아 공략에 나섰던 미국이, 12월 아프가니스탄 병력을 철수하면서 사실상 중앙아시아 경영에서 물러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 빈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실크로드의 영화를 재현하면서 아시아의 맹주로 재기하고, 러시아는 옛 소련의 명성을 누리려는 계산입니다.

-미국이 떠난 자리에 중국과 러시아가 대립했군요. 둘의 동태를 알려주십시오.

=이들의 대결은 각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으로 귀결됩니다.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를 경제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운용 중인 관세동맹을 2015년 1월 유라시아경제연합으로 확장해 출범시킨 다음 경제공동체로 묶으려고 합니다.

-이미 중국의 아시아 정책이 발표된 바 있지요.

=네. 지난 11월10∼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전후해 중국은 아시아에 대한 정책을 일거에 쏟아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고 주창한 ´아태의 꿈(亞太夢想)´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질서 재편에 대한 중국의 의중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일대일로´는 실크로드 경제벨트(絲綢之路經濟帶)와 21세기해상실크로드(21世紀海上絲綢之路)의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44억 인구의 경제 영토를 육상과 해상 인프라를 통해서 통합한다는 구상입니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을 견제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맹주로 활약하겠다는 의중이 엿보입니다.

-실크로드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으려는 것은 뭡니까.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전략은 자국의 경제 영토를 중앙아시아로 확대하고 나아가 유럽 및 서남아시아로 교역로를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실크로드 경제벨트는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서 제시한 개념으로, 14개월 만에 중앙아시아에 대한 전략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중국 서부 지역과 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의 경제벨트 구축을 제안했습니다. 낙후된 중국 서부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에너지를 중국 서부 지역으로 끌어들여 경제적으로 낙후된 서부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지하자원을 손에 넣고 중국 수입 석유의 80%가 지나가는 해상 수상로 시설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이미 완성된 중국-중앙아시아 가스관 3개를 통해서 가스가 운송 중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제4의 가스관이 완성되면 중국은 가스 수입의 40%를 중앙아시아에 의존하게 됩니다.

-중앙아시아의 자원을 중국 서부에 이용하려는 것이군요. 자금이 많이 필요한 일 같은데요.

=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에 투자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2조 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 등 3조8877억 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신(新)실크로드 기금으로 400억 달러(44조200억원)를 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중 163억 달러(17조9300억원)를 실크로드 경제벨트 프로젝트에 투자해 중앙아시아에 철도ㆍ도로ㆍ송유관 등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통합하려는 의도로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5년 1월 본격 출범하는 EEU는 푸틴 대통령 3기 통치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손꼽힙니다. 회원국 간 상품ㆍ서비스ㆍ자본 및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과 단일 경제정책을 목표로 둔, 유럽연합(EU)에 대항하는 경제공동체입니다.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ㆍ아르메니아 등 4개 국가의 참여가 확정되었습니다.

-러시아의 EEU와 중국 실크로드가 부딪힐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실크로드 경제벨트 프로젝트와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양쪽에서 중앙아시아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방 언론은 중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중국은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데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와 석유가 인하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어서 EEU에 힘을 쏟기는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본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러시아가 무력으로 자국 영토를 병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중심축을 점차 중국 측으로 옮기리라는 분석입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우위를 점치고 있군요. 중앙아시아 각국은 어떻습니까.

=중국과 러시아의 구애에 중앙아시아 5개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줄서기에 나섰습니다. 지난 10여 년 이상 미국과 협력하던 키르기스스탄은 EEU 합류 의사를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빚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내키지 않는 EEU 참여를 결정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지난 6월, EEU를 비판했던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12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 간 동맹 체결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면서 EEU 합류를 종용하리라 보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양다리 전략을 펼칩니다. 러시아의 EEU에 대한 정치적 접근을 경계하면서 ´EEU의 순수한 경제 연합´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국과 협력의 끈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자국 내 러시아인 인구가 높은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크렘린의 대응에 내심 껄끄러워하는 눈치입니다.

타지키스탄은 중국의 투자 제안에 동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이주노동 인구가 많은 타지키스탄은 중국의 60억 달러 투자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액수는 타지키스탄 국내총생산의 70%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타지키스탄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벌어들이는 금액도 GDP의 50% 정도입니다. 중국과 에너지 거래 관계가 깊은 투르크메니스탄도 최근 러시아의 구애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이를 주시하고 있겠지요.

=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EEU 출범 후 단일국가 형태의 유라시아연합(EAU)으로 발전하리라 예상하며 러시아의 야망을 경계합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를 의식해 각 국가의 고유 정책과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천명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패권 다툼에서 누가 승리하든, 새로운 세력에 대한 관심이 국제사회로부터 집중되리라 보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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