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여대생 다섯 명 중 한 명은 재학기간 동안 학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수는 학업에 집중할 수 없거나 자살충동을 느끼거나, 대인기피 증상을 겪는 등 2차 피해까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성희롱 피해 학생의 66%는 ‘불쾌하지만 참았다’거나 ‘어찌할 바를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관리 장치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모바일 설문 솔루션 기업 서베이몽키와 국내 100여개 대학과 제휴한 모바일 광고플랫폼 애드투페이퍼가 전국의 대학생 2,505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0%는 학내에서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남학생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는 15%만 그렇다고 대답해, 여학생의 21%와 6%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학년별로는 실제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1학년 여학생의 9.7%, 2학년 10.1%, 3학년 17.1%, 4학년 19.8%라고 대답해 학년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성희롱 환경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응답으로 진행한 가해자와 성희롱 발생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선배와 술집/음식점이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 및 장소로 꼽혔다.

가해자는 선배(68.7%), 동기(36.3%), 교수(17.0%), 후배(4.4%) 등이었고, 성희롱 발생장소는 술집/음식점(52.7%), 도서관/강의실(29.5%), MT장소(24.5%), 동아리방(20.1%)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교수의 제자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1학년과 4학년을 비교해 4학년에서 교수가 가해자라는 응답이 약 3배, 교수연구실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약 2배 증가해 교수와 학생의 친밀도가 증가할수록 성희롱 노출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희롱 피해 학생들은 가장 흔한 성희롱 유형(복수응답)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음담패설이나 성차별적인 비하의 발언을 반복하는 것(60.5%), 신체나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일삼는 것(45.2%), 타인의 신체 특정 부위를 유심히 쳐다보거나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것(23.2%)을 꼽았다.

성희롱 피해학생은 2차 피해(복수응답)에도 노출 돼 있었다.

피해유형은 사람들에 대한 불신 등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됐다’(39.1%), ‘일이나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37.1%), ‘하소연 할 곳이 없어 너무나 막막했다’(29.9%), ‘이 일이 남에게 알려질 까봐 겁이 난다’(2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2차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냥 참거나, 친구와 상의하거나,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학교상담소, 인권센터 등을 찾았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02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의 ‘대학내 성희롱 실태’ 설문조사의 0.6%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건수를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학내 성희롱 상담센터에 대한 인지도 문항에서도 2002년 조사 당시 79.5%에 달했던 ‘모른다’ 혹은 ‘없다’는 응답비율이 68.1%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학내 성희롱 관련 상담시스템에 대한 홍보와 교육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학생비율도 9.1%에서 21.7%로 늘었지만, 교육 후 성희롱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는 남학생의 응답은 2002년 93%(교직원 포함)에서 14%로 급감해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3일부터 8일까지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는 남학생 128명, 여학생 1708명 등 총 2,505명으로 나머지는 성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전공별로는 교육계열 131명, 상경계열 221명, 인문계열 375명, 사회계열 311명, 이과계열 377명, 공과계열 261명, 예능계열 78명, 체육계열 16명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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