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시선에서 송유미 시인의 신작 시집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를 5일 발간했다.

송유미의 이번 시집은 ´기억의 현상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억은 인간 내면의 성서(聖書)이며, 현존하는 신비한 체험의 영상(映像)이다.

이러한 기억의 끄트머리까지 파고들면 누구나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어둠, 외로움, 그리움, 가난, 슬픔 등의 현현(epiphany)이 존재한다.

송유미의 시편들은 우리네 기억의 기저나 원점, 무의식의 원형, 선험적 세계를, 인간자체의, 사물 자체의 존재 증명(證明)으로 되돌려 놓는 시의 형식을 취한다.

즉, 세계의 모든 딱딱한 것들을 융해시켜 일체를 이루려는 태도를 취한다.

불편하고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 속으로 안내하면서도 그 속에서 신산한 생명과 달빛 같은 환상을 동화적인 세계로 이미지화 낸다.

그의 시편들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프지만 결코 비극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송유미 시인의 이번 시집의 밑그림은 우리네 삶의 실존적 연대이며 ´통일에의 기원´에의 묵시록이다.

이러한 총체적 시적 개념 속에서, 나를 ‘나-너’ 따로 없는 우리네의 총체적인 ‘서정(정서)’의 토대를 건축한, 송유미의 시세계는 우리 시사의 진경의 한 면목을 잘 보여준다.

송유미 신간 시집은 두 갈래로 파악된다.

첫째 기억의 원형을 찾아내어 현재의 삶을 성찰한다. 둘째, 사회의 밑바닥 현상(인물) 등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영상기법 사용이다. 때문에 괴력과 같은 흡인력이 있다.

송유미 시인은 서울 신당동 출생이며, 부산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시) 당선을 통해 등단한 뒤, 시집으로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당나귀와 베토벤> <노도에서의 하룻밤(공저)> 등을 상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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