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의 고난의 세월과 질곡의 인생사를 오직 가슴속에서만 삭이면서도 눈물만은 결코 보이지 않는 시대의 굳센 아버지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국제시장이 가파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고요.

=네. 지난주(12/15~12/21) 영화진흥위원회(KOFIC)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국제시장’이 152만 9,298명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제시장, 어떤 영화입니까.

=황정민․김윤진․오달수․정진영이 출연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이후 잊혀 가고 있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여주며, 험난한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온 중장년층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50년 크리스마스의 기적....함흥철수 장면이 인상적이라면서도

=네. 1950년 12월, 당시의 흥남부두에는 후퇴하는 미군의 군함에 탑승하기 위해 몰려든 피난민들이 적어도 10만 여명 이상에 달했을 만큼, 정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놓여 있었던 피난민 앞에 보이는 탈출구란 오직 화물선 한 척밖에 보이지 않았는데요.

마침 그 배위에는 철수작전을 지휘하는 미군 10군단장 ´에드워드 알몬드´ 소장을 해병대 문관 통역관으로 참전한 현봉학이라는 의학도(醫學徒)였던 애국청년이 설득해서 가능했습니다.


알몬드 장군은 "모든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을 태워라!"는 장군의 이 한마디의 명령에 의해, 윤덕수의 가족 일행도 피난행렬에 함께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때 바다에 버린 장비는 200톤이 넘는 탄약과 500여개의 포탄, 200드럼 분량의 유류와 차량들이었고 장비를 내다버린 그 빈자리에 피난민 1만 4천여 명을 빼곡하게 태우고 흥남부두에서 마지막으로 출항했습니다.

이날이 1950년 12월24일, 성탄절 이브 날이었다. 후일 전쟁사가(史家)들은 이 작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부산으로 무사히 도착한 윤덕수 가족은 이제 막 장터가 마련되기 시작한 오늘날의 국제시장을 찾아 고모와 해후를 하게 됩니다.

흥남 철수작전에서 아버지가 남겨준 마지막 발언은 "덕수야. 너는 이제부터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다. 가장이 해야 할 일은 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 말은 윤덕수 인생의 좌우명이 되어 한시도 잊지 않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삶의 기준이자 철학이 되었습니다.

-독일탄광 광부로 가게되죠.

=친구 달구의 권유에 따라 동생의 대학공부를 시키기 위해 독일 탄광으로 자원해 떠나는 윤덕수에게는 오직 긍정의 힘만이 지배하고 있었고 독일 광부생활을 마감한 열매로 어렵게 집을 장만한 장면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안겨주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돌아와서는 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되죠.

=부산으로 귀국한 덕수는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합격증을 받아 들었지만 여동생의 결혼과 남동생의 공부를 위해 자신이 희생양이 되기로 결심하고 해양대학교 입학을 포기합니다.

덕수의 대학진학 포기는 그 당시 가족의 부양을 책임진 모든 가장들의 공통점이 되기도 했고, 가족의 부양을 책임진 가장만이 가져야하는 시대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모가 운영하던 꽃분이네 가게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운명에 직면하자 윤덕수는 가게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월남전이 한창이던 베트남에 달구와 함께 건설현장의 인부로 가기위해 면접장에서 애국가를 열심히 제창하여 끝내 베트남 행에 승선하게 되었고 대한상사 직원으로 파견가게 됩니다.

-국제시장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60년대와 70년대를 지나면서 가난과 싸워왔던 그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이역만리에 떨어진 타국의 지하 속, 수 킬로미터 깊이의 채광 굴도 마다하지 않았고, 시체를 세척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죽음도 불사하고 생활전선의 최전방에서 목숨의 안위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두가 가족을 책임진 가장의 의무를 져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발전을 이룩한 배경에는 자신의 인생사를 책임져 왔던 수십만, 수백만의 아버지 윤덕수가 아직도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이죠.

=윤덕수는 자식으로 부터 말이 통하지 않는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가슴속에는 언제나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 가득했고 고난의 세월과 질곡의 인생사를 오직 가슴속에서만 삭였으면서도 눈물만은 결코 보이지 않는 시대의 굳센 아버지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젊은 세대들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국제시장을 꼭 한번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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