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 대한민국 시발점으로"

정광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 대한민국 시발점으로"
@P1L@진보·개혁 진영이라는 단일 범주로 묶기에는 그 내부의 이질성이 적지 않지만, 한국 정치와 시민사회의 지형상 보수 진영의 대척점으로서 진보·개혁 진영의 개념이 아직은 유효한 것 같다.

이 진보·개혁 진영의 집권 10년이 실패했음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있을 정도이니까.


최근 진보·개혁 진영이 이번 대선과 중·장기적인 진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내부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진보 세력의 독자성 강화냐 진보·개혁 진영의 외연 확장이냐이다. 민주노동당 등 좌파(진보) 진영은 반(反)신자유주의 전선을, 열린우리당 등 중도(개혁) 진영은 반(反)수구(한나라당) 전선을 말하고 있다.

진보·개혁 진영의 시민사회 지도자들은 대체로 이 둘에 ! 걸쳐 있으며, 시민사회 주도의 새로운 정당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논쟁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논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낡은 역사관과 운동론에 빠져 있고, 실패의 단초가 되었던 관념과 구호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실패에 대한 책임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보수 진영으로 관심을 돌려 보자. 건국 이후 한국 사회를 50년간 주도해 왔던 보수 진영으로서는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세월’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반대 진영의 실패로 인하여 보수가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보수 진영은 지난 10년 동안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국민들로부터 기회를 부여받았을 때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훈련을 해 왔는지 조용히 성찰! 할 필요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시켰던 낡은 패러다임과 정경유착 등 부조리의 관행들을 극복할 복안을 마련했는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라는 비판을 들은 지 오래된 국회와 정당을 ‘저비용-고효율’의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가? 취약 지대인 호남, 서민층, 청년층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가?

특히 양극화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GNP·성장률과 같은 공허한 지표가 아닌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생활 개선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고 있는가? 집권했을 때 국정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들을 두루 영입하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집권의 가능성에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단순히 환호작약하고 있지는 않은지? ‘유능하면서도 유연한 보수’라는 브랜드 파워로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진보·개혁의 실패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들의 실패 요인이었던 준비 부족과 ‘닫힌 정신’을 우리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들의 실패를 ‘좌파 정책의 실패’로 단정하고서 모든 것을 반대로 뒤집고자 하는 단순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시장만능주의’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일방적인 기억과 해석을 ‘보수의 혁신’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난 두 번의 대선을 망치게 한 ‘대세론’의 함정에 빠져 역사와 국민 앞에 오만한 언행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않은지?


이런 물음들 앞에 우리는 스스로 대답해 봐야 한다. 그런 자세로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우리의 기대대로 이루어지는 재집권의 기회가 10년 전의 재현이 아닌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 쓰기여야 한다.

요즘 자주 쓰이는 말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성숙한 대한! 민국, 그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업이기에 우리에게는 피나는 노력과 남다른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자신감이 있을 때 우리는 진보·개혁 진영더러 야인이 되어 근신하라고 주문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우리들의 잠재력과 준비 상황에 비해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두려움마저 든다.

뉴스캔 장덕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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