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무와 당직 등으로 피고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20대 장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춘천지법 행정부(강성수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숨진 박모(당시 27세) 중위의 유족이 춘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 처분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경기도 연천군의 육군 모 부대 소속 작전상황장교였던 박 중위는 2012년 6월 11일 부대 내 비상상황 발생으로 닷새간 2교대 비상근무를 한 바 있습니다. 또 비상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박 중위는 같은 달 17일 당직근무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인 18일 오후 1시가 다 돼서 퇴근했습니다.

그러나 늦은 퇴근으로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박 중위는 저녁식사를 위해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졸음운전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습니다.

박 중위의 유족들은 '부대 내 비상근무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공무와 무관치 않은 일을 마치고 복귀 중 발생한 사고인 만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보훈 당국은 "공무수행과 무관한 사적인 용무로 출타 후 복귀하다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발생한 사고로 본인의 과실이 크다"며 유족들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부대 내 비상근무에 이은 당직 근무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비록 중앙선을 침범하긴 했으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졸음운전인 만큼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이어 "부대 내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 부대 밖으로 나간 점, 함께 저녁 식사한 전 근무지 동료를 소속 부대까지 데려다 준 것은 사적인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육군참모총장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박 중위를 순직 처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고는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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