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 깨뜨리며 광야로 나섭니다. 백척간두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저 자신을 던지고자 합니다.

며칠 동안 산에 올라가서 새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밤을 지새보니 어둠은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들리는 것은 거센 바람소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어디서 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람이 그치면, 얼음 아래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동쪽 하늘이 환하게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알을 깨고 나오는 작은 새를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없으면 창조도 없고, 버리지 않으면 새 길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많은 친구들과 동지들이 저에게 좀 더 편안한 길, 안전한 길을 권했습니다.

100일 민심대장정 때 국민의 바다 속에서 깊이 느꼈던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 그리고 그 분들의 삶 속에 배어있는 눈물과 꿈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망설임없이 더 어려운 길, 더 험한 길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동안 제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간 한나라당을 바로잡고, 새 기운을 불어넣어 미래, 평화, 통합의 새시대를 여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음을, 그리고 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솔직하게 자인합니다.

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만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고통을 거부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 때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제는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입니다.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상태에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며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말았습니다.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서로 얽혀 한국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정당의 건강한 자기혁신과 미래지향적인 정치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낡은 정치의 틀을 깨뜨리기 위한 고통스런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만 새로운 정치가 창조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 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습니다. 당파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한 백범의 정신을 따르고자 합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21세기의 주몽이 되겠습니다. 주몽이 왕자들과의 패자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습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 그것이 지금 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입니다.

국민여러분,

지금 한반도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정치를 비롯하여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발시대적 발상과 낡은 좌파적 발상으로는 세계의 강자로 떠오르는 동북아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는커녕, 죄어오는 샌드위치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북미수교와 한반도 안보질서의 재편은 기존의 고정관념과 발전전략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반도에는 바야흐로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고 생각의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창조적인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동북아 시대에 통일된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채비를 할 때입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문예부흥을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 신문명의 시대에 창조적인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세계경제를 끌어넣고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과감한 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평화롭게 상생발전하는 한반도를 위한 평화경영 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그 속에서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체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과거의 길로는 번영은 커녕 생존마저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희망찬 한반도를 위한 대개조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새로운 꿈과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정권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안됩니다. 그것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면 더욱 안됩니다.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하겠습니다. 이제 갈가리 찢겨진 우리 국민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고 대한민국의 새출발, 한반도 대개조를 위한 당찬 비전으로 무장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창조되어야 합니다.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인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바치겠습니다.

이를 위해 나 자신을 버리겠습니다.작은 기득권을 부여잡고 따뜻한 알 속에 있기보다 창조를 위한 찬바람 앞에 저를 내몰고자 합니다.어떤 돌팔매도 감수하겠습니다.그동안 제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은 영광과 명예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진정으로 만천하의 인재가 모이고 국민과 함께 꿈을 나누는 대한민국 드림팀을 창조하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 저는 그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기꺼이 한알의 밀알이 될 것입니다.

내가 대학 강단을 떠나서 정치권에 들어올 때, 제자들에게 한 말,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지켜봐달라.”저는 이제 이 말을 국민들에게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이 다시 활짝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떠한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3월 19일

손 학 규

easypol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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