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김나현 칼럼니스트] 죄송스럽지만 오늘도 술자리에서의 에피소드로 시작하려 한다.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싶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니 말이다. 다만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니 글거리로 활용하는 것뿐이다.안 그래도 이 문제로 친구들이 몇 번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자기들을 글 소재로 우려먹는 거면 받는 원고료 일부를 떼어주라는 그런 이야기다. 이것들이. 이거 하나 써봐야 원고료가 얼마나 된다고.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 그렇듯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최근 들어 한 노래에 심하게 꽂혀 수시로 그 노래를 듣고 사는 중이다. 하루에 족히 10여 번은 듣는 느낌이랄까. 좋아하는 노래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라면 그런 걸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지극히 꼰대스러운 발언을 한다는 게 의아할 테지만 최소한 내 입장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음악이란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정의 소유자가 바로 나니까. 음악을 싫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처럼 이어폰을 꽂고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먹방’이란 단어를 전 세계에 전파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먹방 유튜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라면 10개는 그저 간식거리에 불과할 정도라는 먹방 유튜버들이 이 나라에 어디 한둘이든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찾기 힘든 그런 존재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것에서조차 국뽕을 느끼는 것이 비정상적인 걸까.그럴 수도 있지만 인생 최고기록이 라면 두 개에 불과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가히 신적인 존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닌 모양이다. 외국인들에게도 놀라운 건 마찬가지니까. 덕분에 오늘도 먹
살면서 스스로를 특별히 애국자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특정 시즌에 접어들면 가끔은 ‘혹시 나도’란 착각 아닌 착각을 하게 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는 때가 그렇다.다들 알겠지만 지금 카타르에선 축구 아시안컵이 한창이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물론 손흥민, 이강인은 안다. 덤으로 조규성도..) 그래도 우리나라 경기는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16강전에서 사우디를 극적으로 제압한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은 호주와의 8강전에서 1대0으로 패색이 짙다 추가시간 1분을 남겨놓고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전에
전 세계 사람들이 앞다퉈 프랑스를 '미식의 나라'라고 부르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코끝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 하나 먹겠다고 발을 동동거리며 긴 줄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런 생각을 고쳐먹어야 옳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만큼 음식에 진심인 민족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맛집 앞에 길게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어디야? 우리 앞에 세 팀 남았어. 빨리 와.”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친구가 퇴근하고 올 동안 좀 더 시간이 자유로운
안다. 내가 꽤나 삐딱한 족속이란 걸.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난 노를 외친다’는 광고 카피에 열광하고 시대의 트렌드리더 지드래곤 오빠가 오늘밤은 삐딱해지자 노래했을 때 그를 찬양할 수밖에 없던 인간이 나였으니까.잠깐만, 이건 짚고 넘어가자. 삐딱한 건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남들과는 조금 생각의 궤를 달리하는 것일 뿐이지 인간적으로 흠결이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게 스스로 모나지는 않았다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지난 연말 벌어진 일은 내가 단지 생각이 삐딱한 게 아니라 마음 자체가 삐딱한 그런 인간이 아닌가 하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특정 시즌이 되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11월 11일이면 동네 편의점 앞을 가득 메우는 빼빼로가 그렇고 복날이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치부되는 삼계탕이 또한 그렇다.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가장 각광받는 먹거리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케이크다. 예전보다는 덜하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과업계 최고의 대목으로 꼽히는 날이 크리스마스인 걸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지 싶다.한때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기간에 판매되는 케이크 양이 연간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니 이
“지금이야 노가리와 오징어를 제치고 마른 안주계의 기린아로 등극한 먹태지만 불과 이십여년 전만 해도 먹태는 이런 자리에 등장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거 알아?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먹태는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등장한 불량품이야.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탄생한 것이 먹태란 말이지. 황태를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게 날씨야. 알지 강원도 날씨. 눈 내리고 바람 부는 강원도의 혹독한 날씨를 겨울 내내 오롯이 견뎌야 탄생하는 것이 황태라고. 문제는 날씨라는 게 예측불가하다는 거지. 한창 추워야 할 시점에 날씨가 풀려버리
오늘도 지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내가 타야 할 버스와 지하철이 단 1초의 어긋남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맞아주지 않는 한 지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해 보이는 이 시점에서도 난 스스로를 탓하느라 금쪽같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중이다.옷 때문이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를 생각해 어제 저녁에 꺼내놓은 몇 벌의 겨울 의상을 놓고 고민하느라 정해진 데드라인을 놓쳐버린 것. 옷 고르는 시간만 줄였어도 피할 수 있던 지각이었다.아니 할 말로 발가벗고 거리에 나서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내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 분명한 중년의 여자
피곤한 하루의 끝이면 습관처럼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기다리곤 한다. 이야말로 대대손손 이어갈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일 터. 그날 역시 그랬다. 하루 종일 깨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했으니 지친 영혼을 달래줄 소주 한잔은 필수적인 날이었다는 소리다. 그 결과, 오랜 인연으로 엮여진 친구들이 간만에 만나 희희낙락 술잔을 기울였지만 그러지 못하는 단 한명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필자의 오랜 친구 '구리'였다. 여자 이름이 구리라고 하니 부모님의 무신경함을 안타까워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구리가 그 아이의 본명은 아니다. 만인이 지켜보는
나는 시월을 좋아한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냥 시월이 좋다. 아니다. 사실은 차고 넘치는 이유들로 인해 시월을 좋아한다. 일단 한자 표기 그대로인 ‘십월’이라는 투박한 발음 대신 유려하게 이어지는 시월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부터가 나를 매료시킨다.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 배려 넘치는 공기도 좋고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콕 찌르면 온통 쪽빛 물이 들 것 같은 하늘 역시 내가 시월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한 곡의 노래 탓이라고 해야 옳다.대충은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 때문이다.
쫄면, 떡볶이, 마라탕, 스파게티. 그리고 탕후루.요 며칠 사이 내가 먹었던, 아니 먹어야만 했던 음식들이다. 크게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먹어야하는 음식들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먹었다.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 때문이었다.최근 진행하는 일 때문에 젊은 친구들 몇몇과 함께 일을 해야 했고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메뉴들은 그 친구들이 먹고 싶다던 음식이었고.크게 내키지 않는 먹거리들이었지만 협업을 하다보면 일을 하는 것 못지않게 같이 앉아 밥을 먹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기
달을 보았다. 추석이었다.새삼 내 삶이, 그리고 당신들의 삶이 참 팍팍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그때였다. 지금껏 살아져온 수많은 밤, 그 어디에서도 우리의 머리 위에 머물러있던 그 달을 보지 못하고 살아올 만큼 우리네 삶이 비루하고 곤궁했음이 상기된 때문이었다. 그저 머리를 한번 치켜 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주할 수 있던 달을 왜 그리도 못 보고 살았을까.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나는 가로등조차 없는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야 했다. 무서웠다. 그래서 노래를 불렀을 테고. 찰나 같은 잠시였다.노래가
삶이란 길을 걷다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첫 경험의 순간들이 여럿 있다. 처음으로 말을 하고 기고 걷던 그 기적의 순간들이 그렇듯이 이런 첫 경험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서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질 치며 사라진 날카로운 첫 키스’가 아닐까 싶다. 생각하니 또 설레네. 그처럼 첫 경험의 기억들은 대부분은 설레거나 즐거웠던 것으로 점철되기 십상이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개중 몇몇은 아주 불편하기도 했으니까. 뭐가 있을까.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첫 경험 중 불편했던 기억들은
뜬금없는 자랑질 같아 좀 그렇긴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아이였다. 눈앞에 보이는 책이라면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그 자리에서 읽어버려야 하는 성향의 소유자였던 것. 아이들이 읽는 동화는 물론이고 문학전집, 철학서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폭풍 독서열을 지닌 그런 아이였던 나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도 가장 먼저 한 게 그 집의 책꽂이 앞에 서서 책들을 기웃거리는 일이였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 덕택에 칭찬 꽤나 받는 아이였던 걸로 기억된다. 물론 반작용이 없지는 않았다. 누구누구는 저렇게 열심히
왜 이렇게 친구 만나기가 힘든 걸까. 어릴 때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친구들이었는데, 요즘은 얼굴 한 번 보려면 몇 달 전에 약속을 잡아도 될똥 말똥이다. 그 어렵다는 골프장 부킹도 이것보다는 쉽겠다.그렇게 몇 번의 조율 끝에 성사된 점심 약속. 친구 중 하나가 저녁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점심 약속으로 급변경한 자리였다. 늦둥이 막내를 학원에 데려다줘야 한다나 어쨌다나.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삶이란 참....이런 저런 이유로 약속 시간 잡는 건 어려웠지만 점심 메뉴 고르는 건 너무나 간단했다. 한 친구가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