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조공협상"..."대통령 역사인식에 문제 있다"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며 단식 농성까지 하고 있는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3일 “이번 협상은 한마디로 조공협상”이라며 “반드시 무효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 장성민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탄생에 앞장선 사람으로서 국익과 민생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조공협상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특히 투자자-국가 중재제도를 들어 “이번 협상에서 국가의 경제주권을 미국의 투자자 또는 투기꾼에게까지 넘겨줬다”고 비판하고 또한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국회의원들조차도 내용을 상세히 모는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체결을 했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리에도 어긋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 협상 타결 후 발표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과거 개방에서 실패한 사례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불과 10년 전에 준비되지 않은 개방으로 인해 외환위기로 우리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도 “무역구제 분야에서 별로 얻은 게 없는 만큼 큰 실익도 못 얻은 실패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할 때 “오늘과 같은 일이 빚어질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대통령 선거 때 보인 모습이나 표를 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행동하셨다는 점에서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천 의원은 “국회가 나서서 비준동의를 부결하는 형태로 이번에 졸속협약을 막아서 원천적으로 무효화, 백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

- 안녕하십니까?

▶ 네. 안녕하십니까?



- 오늘 며칠째죠?

▶ 9일째가 됐습니다. 아흐레째군요.



- 단식농성 열흘 정도 돼 가는 것 같은데 건강상태는 괜찮습니까?

▶ 네. 아직은 견딜만합니다.



- 반대시위와 단식농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미FTA가 타결됐지 않습니까?

▶ 네.



- 최종 합의내용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 우선 저는 이번 협상이 한 마디로 조공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 주고 되로 받았습니다. 국익과 민생, 민주주의를 배반한 삼반밀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참여정부 탄생에 앞장선 사람으로서 이런 국익과 민생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조공협상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우선 국민들께 사죄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조공협상을 반드시 무효화시키기 위해서 국민과 함께 투쟁할 각오입니다.



- 삼반밀약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어떤 어떤 것이 삼반입니까?

▶ 우선 국익, 민생, 민주주의 이렇게 세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먼저 이번 협상에서 국가의 경제주권을 미국의 투자자 또는 투기꾼에게까지 넘겨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투자자-국가 중재제도같은 거 이것은 우리나라의 입법행정사법권을 모두 심각하게 스스로 제약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정부가 산업정책이라든가 또는 양극화를 해소해서 민생을 안정시킨다든가 하는 등등의 정책을 우리 정부 뜻대로 펼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이런 것들은 결국 우리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거라고 봅니다. 또 마찬가지로 이번 한미FTA로 인해서 우리 사회 내부에 굉장히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이 격화될 거 아니겠습니까? 경쟁에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는데 이긴 자야 좋겠습니다만 패자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도 쉽지 않은, 제도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이 체결이 됐습니다. 그래서 민생에도 반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협약을 그 동안, 처음부터도 그랬지만 그 동안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밀실에서, 사실은 국회의원들조차도 이 내용을 상세히 모릅니다. 그런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체결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민주주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 일부에선요 과거 중국과 맺었던 조공관계라든지 125년 전 체결됐었던 조미수호통상조약은 모두 강요된 개방이었는데 이번에는, 한미FTA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자율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한 개방이다, 이래서 조공과는 좀 다른 거 아니냐, 신개방체제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이런 평가를 내놓는데요..

▶ 네. 저도 그것이 외세가 강요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건 자율적으로 한 일이죠.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자진해서 조공을 한 셈인 거죠.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도 개방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개방을 해야만이 우리 국가를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가 전략적으로, 우리가 주도해서 우리의 전략에 따라서 개방도 하고 발전도 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과도하게 우리 경제주권까지 넘겨주는 그런 형태로 해야될 이유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에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보더라도 준 것은 많고 얻은 것은 별로 없다, 한미FTA에서 우리가 가장 큰 실익을 얻을 부분이 무역구제 분야였습니다. 미국의 반덤핑관세 등에 의해서 매우 불공정한 무역장벽이 있었다고 우리는 보고 있죠. 우리 정부는 무역구제 부분에서 크게 얻어올 것처럼 작년에 그렇게 말을 했는데요 실제 얻어온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과연 경제적 실익이라는 점에서도 우리가 얻은 게 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거죠.



- 과거의 것은 외압적 조공이라면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진해서 자율적으로 선택한 자율적 조공이군요?

▶ 그렇게 볼 수 있죠.



- 협상이 최종타결된 이후에 어젯밤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국민담화를 생방송해서 발표했지 않습니까?

▶ 네.



- 보지는 못하셨을 거고요 혹시 내용 전반적으로 좀 파악하고 계십니까?

▶ 제가 원고를 뒤에 좀 봤습니다.



-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우선 첫째로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과거에 개방에서 실패한 사례가 없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나 불과 10년 전에 준비되지 않은 개방으로 외환위기로 우리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 않습니까? 현재도 그 후유증이 사실은 계속되고 있지요. 이런 교훈을 이미 잊었단 말인가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개방을 하더라도 우리가 주도해서 우리 사회를 우리의 전략에 따라서 개방하고 발전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근데 이번에는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를 통해서 우리 정부의 공공정책권을 스스로 극도로 제약해 버렸단 말이에요. 과연 우리가 주도해서 우리 전략에 따라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우리 국익과 민생에 유익한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밖에도 아까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대통령께서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무역구제 분야에서 별로 얻은 게 없는 것처럼 큰 실익도 못 얻어서 협상도 실패한 것이다 이런 등등의 말씀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 천정배 의원님께선 지난 2002년도에 민주당 경선에서 제일 먼저 노무현 후보를 당시 지지선언을 했지 않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 그 때 지지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 최초로 정치적 지지를 공개선언했던 천정배 의원님의 간곡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타결을 강행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금의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제가 사실은 설명드리기 저도 잘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그 당시에 오늘과 같은 일이 빚어질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사실은 이번 조공협상이라고 제가 규정하고 있는 협상은 한국사회를, 아까 국가공권력을 제약하면서 우리의 경제주권까지도 내주면서까지도 급격한 개방과 아주 살벌한 경쟁의 장으로 가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전형적으로 보수세력들의 철학과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섰다면 추진했을 법한 그런 국가발전 전략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대통령께서 당초 대통령 선거 때 보인 모습이나 또는 그것을 보고 표를 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행동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저는 봅니다.



- 이번 FTA, 미국과의 협상을 타결짓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주권도 또 민생도 민주주의도 이 세가지를 배반한 삼반대통령인데요 천정배 의원 말씀에 따르면요. 경제주권을 노 대통령이 내주도록 그 분을 대통령으로 세운 일등공신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뭐 책임감 같은 거 좀 안 느끼십니까? 실망같은 거 안 하십니까? 그 당시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게 잘못 했다든지 말입니다.

▶ 그렇게 말씀드릴 순 없겠지요. 당초 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또 그 당시에 이회창 후보와 우리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 저는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고 또 노무현 대통령이 되신 것에 대해서 추호도 그 점에 대해선 우선 후회가 없습니다. 그 후로 참여정부가 탄생한 후로 저 자신도 당이나 정부에서 여러 가지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 깊이 책임을 통감하고 그래서 국민들께 사죄 드립니다.



- 법무부 장관하실 때는 FTA에 대해서 찬성하는 발언들을 많이 하셨는데요 언론들이 이번에는 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니까 상당히 정치적으로 쇼한 것 아니냐 이렇게 희화화한 그런 보도들도 보셨죠?

▶ 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한미FTA 자체를 반대하진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주체적인 개방전략의 일환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식을 법무부 장관에 있을 때 주무부 장관은 아닙니다만 표현한 적이 있고요 다만 문제점에 대해서 정부 내에서 충분히 지적을 했습니다. 예컨대 투자자-국가 중재제도, 오늘 여러 번 말씀드립니다만 이게 아주 위험한 제도인데요 이런 제도의 위험성에 대해서 정부 내에서 관계장관들 회의에서 또 대통령께서 참석한 회의에서 충분히 문제도 지적했고 또 그런 문제의식들이 정부 내에서 확산되는 계기가 됐었습니다.



- 얼마 전 심상정 의원이 이번 FTA찬반으로 정치권이 나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던데요 마지막으로 이번 한미FTA 협상결과로 소위 범여권이 차기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리라고 예상하십니까?

▶ 제가 무슨 다른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미FTA문제가 워낙 큰 우리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아마 이 점에 관한 정치적 견해 차이가 정계개편이라고 할까요 제 세력들이 새로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국회비준 통과를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실 겁니까?

▶ 네. 앞으로 정말 비상한 각오로 국민들의 힘을 모아서 이것을 반드시 이번 조공협상을 무효화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여론이 우선 중요할 것 같고요 궁극적으로는 결국 국회가 나서서 비준동의를 부결하는 형태로 이번에 졸속협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네. 이번 협상을 원천적으로 무효화, 백지화 해야 한다, 이런 입장이십니까?

▶ 그렇습니다.



-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네. 고맙습니다.



- 몸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 네. 감사합니다.

이화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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