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금요일, 우천 예상되어 진행 추진, 동해 투어 중 실시, 본사 인력 지원 요청'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은 2012년 4월 계열사인 일진하이테크 부장 고모(50)씨에게서 이런 메일을 받았습니다.

-.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의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를 외국업체 직원들 노트북에서 몰래 빼내겠다는 계획이었다고요?

=. 네, 일광공영은 여기에 'X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첩보영화를 연상시키는 작전을 폈습니다.

-. EWTS의 채점장비(TOSS)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프로그램 작동이 중지되는 '타임락'을 제거하기 위해서라죠?

=. 네, TOSS를 납품한 싱가포르 IT업체 스트라텍은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자 '타임락'을 걸은 상태였습니다.

-.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겠다며 실제로는 외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장착하려던 사기 행각이 들통나기 직전이었다죠?

=. 결국 이 회장은 중도금을 주지 않고 타임락을 풀기 위해 'X프로젝트'를 시행하라고 지시했고, 일광그룹 계열 초등학교 직원 2명이 투입됐습니다. 

-. 스트라텍 직원들은 한국에 파견 나와 강원 태백시의 모텔에 머물고 있었다죠?

=. 그렇습니다. 'X프로젝트'를 수립한 고씨는 "삼척으로 바다 구경을 가자"며 이들을 유인했으며, 고씨가 이들에게 술을 사주며 접대하는 사이 초등학교 직원들은 숙소에 몰래 들어가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를 빼냈습니다. 

-. 이 회장은 무단 복제한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로 TOSS 프로그램 제작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죠?

=. 네, 그러나 정작 타임락을 푸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 공군부대에 실제로 설치된 소프트웨어와 버전이 달랐기 때문이라죠? 

=. 맞습니다. 일광공영은 결국 같은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려 했으나 스트라텍이 400만달러(약 44억원)라는 거액을 부르자 포기했고, 결국 EWTS는 타임락이 걸린 채로 납품됐습니다.

-. 이 회장 등은 장비 국산화를 명목으로 1천100억원대 EWTS 납품사기를 벌인 혐의로 올해 3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요?

=. 네, 아울러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 회장과 고씨 등을 저작권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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