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4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부채상환을 연기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 일괄 상환을 한다고 하죠?

= 네, 그렇습니다. IMF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그리스 정부가 6월 만기가 돌아오는 4개 부채를 통합해 한 번에 상환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며 "일괄 상환 부채의 만기일은 이달 30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스는 5일 3억500만유로(약 3650억원)를 시작으로 12일(3억4300만유로), 16일(5억7200만유로), 19일(3억4300만유로) 등 총 16억유로(약 1조9500억원)의 채무를 이달 상환해야 하는데요. 4건을 30일에 한 번에 갚겠다는 것은 사실상 5일 등의 부채 상환을 연기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 IMF 상환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요?

= 네. 규정상 IMF 회원국은 한 달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여러 부채를 한 번에 묶어 갚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년간 계속된 그리스의 구제금융(2400억유로·약 302조4000억원) 과정에서 부채 상환을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는데요. 1980년대에 아프리카 잠비아가 이런 조항을 활용한 적은 있지만 그리스 같은 선진국이 채무 만기에 돈을 갚지 않은 것은 IMF가 만들어진 1945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 일괄 상환을 통해 그리스는 이달 말까지 디폴트를 미룰 수 있게 됐군요.

= 그렇습니다. 만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생할 필요는 없어졌는데요. 대신 30일 전까지 협상을 타결해 채권단으로부터 미지급된 구제금융 72억유로를 일부라도 지원받아 갚으면 되고, 만기에 쫓기지 않게 돼 채권단과 협상을 유리한 입장에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그리스의 이런 꼼수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IMF 3개 채권단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인데요. 이날 오전만 해도 그리스가 5일 채무를 상환할 것이라고 큰소리쳤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일괄 상환은 채권단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그리스의 말 바꾸기는 안 그래도 멀어진 채권단과 그리스를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지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유럽분석 헤드는 "상환을 지연시킨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그리스 채권자들이 가진 선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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