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이미 사망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격랑을 맞고 있다. 낡은 권위체제와 새로운 체제가 만나 격랑을 만들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개혁호가 이 격랑을 헤쳐나갈 것인가. 분명한 건 해방이후 친일파에 뿌리를 둔 낡은 주류세력들로는 더 이상 우리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도하는 낡은 리더쉽은 더 이상 국가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대 조류에 밀리면서 낡은 주류세력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 상징적 사례가 헌재의 이번 판결이다. 이 사건은 헌법을 지켜야 할 헌재가 오히려 헌법을 훼손시킨 사건이다. 이것은 순수한 헌법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사법반란이다. 이 판결은 작품이다. 기득권층의 노회함이 드러난 작품이다. 그것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관습헌법으로 포장한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 때 ‘한문을 쓰는 것이 오랜 관습’이라며 한글창제를 반대했던 자가 최만리였다. 헌재가 관습법 운운하는 것은 최만리를 연상시킨다. 헌재의 논리대로 하면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도 관습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당 일각에서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승복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 헌재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헌재는 이미 헌재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번 판결로 헌재 구성원이 기득권층의 일각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헌재는 이미 사망했다.

친일파 비호세력, 상생의 대상 아니다

이해찬 총리의 발언, 그 발언의 취지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당 일각에서 이총리가 야당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적전분열(敵前分裂)이다. 이부영 당의장이 분석했다. ‘우리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나는 그 분석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고집을 부려서’ 그렇게 되었다는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당연히 앞으론 고집을 꺾고 야당과 타협을 해서 정국을 풀어나가자는 처방은 처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나 이른바 ‘상생’을 위해 야당등 수구세력들과 타협하고 양보하자는 의견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
왜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이회창 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는가. 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과반수 제1당으로 만들어 주었는가. 그것은 과거사 청산으로 질곡의 역사를 바로보자는 것이다. 친일진상규명으로 수구세력의 반민족 적 뿌리를 드러나게 하고, 국보법 폐지로 수구세력의 반민족노선을 뒷받침해왔던 제도를 해체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당에 주어진 국민의 명령이다. 개혁입법을 관철시키는 것이야말로 노무현 정부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며 민족화해에 제동을 거는 세력, 친일파를 비호하는 세력이 어찌 상생의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혁파의 대상일 뿐이다. 독일 패망으로 프랑스의 국권을 회복한 드골정부가 나치협력자들과 상생의 정치를 했는가. 해방직후 폐간 및 처벌을 받았어야 마땅한 반민족 친일언론, 그들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자성은커녕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분단냉전체제를 옹호하고 있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화해에 걸림돌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데 이들과 상생을 할 수 있겠는가.

당 지도부의 개혁적 선도성 결여가 민심이반 초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장을 분명히 못박지 않았다면, 우리당이 국보법 폐지 당론을 결정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 우리당이 과거사 청산법을 취지의 훼손없이 당론으로 확정시켰을까. 그간 우리당이 투철한 역사의식을 갖고 개혁을 선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민심이 이반된 것이다. ‘실용’이니 ‘상생’이니 하면서 기득권층에게 유화적 제스쳐를 보내는 이른바 ‘성숙한’ 자세가 지지기반 이탈을 초래한 것이다. 범개혁세력의 전열을 흩어지게 한 것은 개혁적 선도성을 결여한 당 지도부의 리더쉽 때문이다. 그런 것이 성숙이라면 나는 차라리 성숙하지 못한 정치인으로 남아있고 싶다.

국회의원 김 원 웅

김원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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