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 집필진 구성이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 12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따르면 교과서 개발·편찬을 담당하는 국편은 조만간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을 모으기 위한 모집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구성 작업에 나선다죠?

=. 국편이 생각하는 집필진 규모는 기존 검정 교과서 집필진의 몇 배 수준인 20∼40명인데,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 브리핑에서 "명망 있고 실력 있는 명예교수로부터 노장청을 전부 아우르는 팀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국편의 기대와 달리 학계가 적잖은 부담 혹은 반감을 느끼고 있어 집필진 공모에 지원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미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집필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죠?

=. 이외에도 상당수 역사학자와 역사 전문가들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던 터라 앞으로 집필진 불참을 선언하는 성명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편은 공모 이외에도 초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집필자를 모으는 방안을 열어뒀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칫 함량 미달이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집필진이 꾸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교과서 집필진은 넓은 스펙트럼으로 가져야 하는데 결국 현 정권의 입맛에 맞거나 국정화에 찬성한 사람만 집필진에 대거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죠?

=. 보수 역사학계도 쉽사리 참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2013년 보수 성향의 교학사 고교 교과서를 집필했던 학자들이 학계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보수 성향의 역사학자는 "공모에 직접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국편 측에서 초빙 제안이 온다면 고려해볼 순 있다"고 말했습니다.

-. 만약 진보·보수 학계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대의적 명분에 합의해 집필진에 합류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죠?

=. 특히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북한 관련 서술을 두고 집필진 간 팽팽한 대립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역사학계에서 지난 수십년간 좁혀지지 않은 견해차가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이와 관련해 국편 측은 "논쟁거리가 있는 사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절차를 가지거나 여러 해석을 병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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