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거론 안됐지만 유엔은 '협의 중' 입장 견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지시간 1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가진 유엔 출입기자단(UNCA) 초청 만찬에서 사무총장의 '고단한 일상'을 코믹하게 소개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고 연합통신은 전했습니다.

매년 연말 열리는 유엔 사무총장과 출입기자단의 만찬에서는 사무총장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언론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고 합니다.

반 총장은 영상공개에 앞서 "나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가', '사무총장이 되면 어떤가' 물어오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한 번 봐달라"며 10여 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양복차림의 반 총장이 새벽 2시께 취침하더라도 2시간 여 후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떠 서류에 결재를 해야 합니다.

식당에 갔지만 사람들과 악수하느라 식사도 못하고 화장실에서도 서류를 받아드는 장면, 한밤중에 회원국 정상의 전화를 받느라 잠에서 깨기도 합니다.

반 총장은 "'누가 될 것인가',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지지만) 내가 최고의 적임자를 찾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고안해냈다"면서 "공개된 과정을 기본으로 하면 된다. TV로 하는 것"며 '제퍼디', '패밀리 퓨드', '딜 오어 노 딜' 같은 미국의 인기 게임쇼를 열거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반 총장은 "나는 후보들을 사무총장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장소로 데려갈 것"이라며 "그것은 정글도, 전쟁 지역도 아닌 바로 유엔 브리핑실"이라고 조크했습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직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차별, 빈곤, 불평등, 폭력 등 지구촌의 많은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용기 있게 취재·보도하는 언론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특히 반 총장은 최근 파리 기후협정의 타결을 언급하면서 "역사적 합의를 이룬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여러분들이 보내준 도움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반 총장은 2013년 말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도청을 풍자하는 영상을 만들었고, 작년 말에는 자신이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엔의 활동상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날 송년 모임에는 언론인들과 유엔 관계자들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700여 명이 성황을 이뤘습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반 총장의 측근인 김원수 유엔 군축고위대표 대행은 지난 7일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고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고, 유엔도 '방북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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