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으로 치료 중인 김현주(가명.35) 씨. 지난해 유방암으로 진단받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 가슴에 멍울이 만져져 병원을 찾았을 땐 지금 김씨 품에 안겨 있는 아기가 한창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라죠?

=. 가족 모두가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노심초사했지만, 그녀는 끝내 출산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임신 중 수술과 항암치료까지 받고 올해 초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는데, 그녀는 앞으로 추가 치료 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은데도 아이와 함께라면 반드시 암을 이겨낼 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요?

=. 그렇습니다. 7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팀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임산부 5만412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98명이 임신 중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암으로 진단을 내리기 모호한 경계성 암을 제외한 87명 중 79.3%인 69명이 임신을 유지했습니다. 이들이 암을 진단받은 평균 나이는 32.5세, 암 진단 시 평균 임신주수는 24주였습니다.

-. 임신주수, 암의 종류, 병기 등 환자와 태아를 지킬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먼저 고려해야 하겠지만 강력한 모성애가 밑바탕에 있어야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요?

=. 임신 중에 발견된 암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선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빼고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암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신 중에도 수술은 물론 항암치료, 제한적으로 방사선치료도 가능합니다.

다만, 임신 중 암 치료 방법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은 암이 발생한 장기, 암의 병기, 임신 주수, 임산부와 태아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합니다.

-. 임신주수가 말기에 가깝다면 출산까지 치료를 잠시 미룰 수 있고, 여건에 따라 조기 출산을 유도한 뒤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요?

=. 이번 연구에서는 24명(34.7%)이 임신 기간 중 치료를 받았으며, 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 도중 사망한 1명을 빼고 69명 중 68명이 출산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모성애로 지켜낸 태아는 평균 임신주수 37주만에 평균 몸무게 2.53㎏으로 태어나 부모 품에 안겼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신생아는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한 것으로 의료진은 분석했는데, 신생아 사망률도 4.5%(68명 중 3명)로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 암 치료 결과는 환자에 따라 달랐다죠?

=. 추적관찰이 가능한 84명 중에는 52명이 암이 완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반면 26명(31%)은 출산 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나머지는 5명(5.9%)은 병이 진행 중이었으며 1명(1.2%)은 재발한 상태였습니다.

-. 의료진은 이런 차이가 병을 언제 발견하는지, 어떤 암을 진단받는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고요?

=. 특히 소화기암은 임산부에 건강에 치명적이었습니다. 최석주 교수는 "전체 소화기암 임산부 17명 중 절반인 8명이 말기 상태에서 암이 진단된 탓에 사망률이 50%에 달했다"면서 "소화기암의 주 증상인 소화불량, 구토 등이 입덧 등 임신으로 인한 증상으로 오인하기 쉬운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암 자체의 예후가 나쁜 경우도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폐암환자는 3명으로 전체 숫자는 적지만 사망률은 66.7%(2명)로 전체 암종 중 가장 높았으며 폐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입니다.

-. 최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강인함 때문인지 암에 걸리고 나서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임신부가 많다"면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전문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산모와 태아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만큼 임신 중이라면 더욱 본인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죠?

=. 그렇습니다. 아울러 이번 연구를 담은 논문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근호에 발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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