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 서초구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한 A(34)씨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축의금 명부를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 회사 동료 이름이 방명록에는 있었지만 축의금 명부에는 빠져 있었다죠?

=. A씨는 이 동료와 결혼식 때 인사를 나눈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특히 그가 축의금을 내지 않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씨는 이 동료에게 연락해 조심스레 "혹시 축의금을 냈느냐"고 물었고 이 동료의 대답은 "결혼식에 오지 않은 다른 사람의 축의금도 함께 '가족'에게 건넸다"는 것이었습니다.

-. 누군가 축의금을 빼돌렸다고 확신한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죠?

=. 경찰 수사는 시작부터 난관에 빠졌습니다. 예식장이 교회여서 축의금 접수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A씨가 고용한 웨딩촬영 기사가 축의금 접수대 풍경을 무심코 찍어둔 사진들이 결정적 단서가 됐는데, 신랑 측 접수대 부근에서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몇 차례 찍혔는데 A씨 가족이나 지인 중에는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부 사진에는 이 남성이 신랑의 가족인양 축의금을 내려는 하객에게 봉투를 건네주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 경찰은 이 중년 남성을 같은 수법의 전과자와 대조해 김모(59)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지난달 26일 서초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김씨를 붙잡았다면서요?

=. 네, 조사결과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턴 것만으로 전과 14범인 김씨는 접수대가 가장 붐비는 예식 시작 직전 가족 행세를 하며 일을 돕는 척 봉투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씨가 A씨의 결혼식장에서 훔친 봉투만 13개, 100여만원 상당에 이르렀으며 그는 같은 날 또 다른 결혼식장에서 축의금 70여만원을 훔쳐 다른 경찰서의 추적도 받고 있었습니다.

-. 그는 축의금의 경우 명부와 실제 액수가 맞지 않아도 하객에게 실제 돈을 냈는지 따져 묻기가 쉽지 않고, '경사'라는 이유로 피해 신고를 꺼리는 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전했다죠?

=.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 서초경찰서는 상습 절도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 서초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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