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의 친환경 자동차가 소음이 적은 만큼 보행자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 1일 현대해상[001450]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자동차가 저속 운행을 할 때 보행자가 소리로 인지할 수 있는 거리가 약 30% 줄어들고,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보행자 사고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 연구소는 지난 2년간 현대해상의 고객사고 23만4천167건의 통계를 분석하고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소음 크기 현장실험을 진행해 이와 같은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분석 결과 차량이 주로 저속으로 주행하는 이면도로와 주차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은 5.5%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인 가솔린차(3.5%)나 디젤차(3.5%)보다 1.6배 높았습니다. 이 가운데 이면도로에서의 보행자 사고율을 보면 하이브리드차가 0.34%로 가솔린차(0.23%)와 디젤차(0.22%)보다 1.5배 가량 높았습니다.

-. 특히 하이브리드차에 의한 사고는 10세 이하 어린이(10.1%)나 60세 넘는 고령자(20.2%)군에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죠?

=. 이렇게 이면도로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조용하다는 점이 꼽힙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의 친환경 자동차는 시속 30㎞ 이하로 저속 주행할 때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모터만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차량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조용한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보행자에게는 어디서 다가오는지 모르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 연구소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면도로에서 친환경 자동차의 소음 크기와 보행자의 인지 수준 등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요?

=. 이면도로를 하이브리드차량이 시속 30㎞ 이내로 지날 때 측정된 소음의 크키는 67.9㏈(데시벨)로 차량이 다니지 않을 때의 65㏈보다 3㏈ 정도밖에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가솔린차의 소음은 72.6㏈, 디젤차는 83.8㏈로 훨씬 컸는데, 소음이 적다 보니 보행자가 차량을 인지하게 되는 거리도 하이브리드차가 짧았습니다.

-. 안대를 한 상태에서 뒤에서 오는 차량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의 거리를 측정한 실험에서 하이브리드카의 평균 인지 거리는 13.3m였다죠?

=. 가솔린차(18.7m)보다 28.6%, 디젤차(22.7m)보다 41.2% 인지거리가 짧아지는 것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친환경 자동차의 저소음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보행자에게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본 국토교통성은 하이브리드차가 접근할 때 보행자에게 소리를 내 알리는 '접근통지음'을 탑재하도록 2018년부터 자동차 제조사에 의무화할 예정입니다.

-. 국내에서도 친환경 자동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조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의 친환경 자동차는 지난 5년간 8.5배 증가, 올해 1월 기준으로 18만1천여대에 이르렀다. 전체 승용차(1천665만1천대)의 100대 중 1대꼴입니다.

특히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이수일 박사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면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소리를 통해 접근하는 차량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도 친환경 자동차가 저속 운행을 할 때 보행자에게 접근 통지음을 내도록 하는 법제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아울러 그는 "친환경차 운전자는 저속 주행구역에서 보행자와의 안전거리를 더 확보하면서 운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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