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씨 시신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지 약 20일이 지나면서 시신 보관 상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 특히 부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떠나 냉장보관을 하더라도 시신 상태가 변할 수밖에 없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부검을 통한 백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죠?

  =. 14일 서울대병원과 법의학계에 따르면 장례식장에 보관하는 시신은 부패를 막기 위해 냉장보관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장례절차가 3일인 점을 참작했을 때 그 기간 내 시신을 부검한다면 초기 상태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1주일 이상 지나면 냉장보관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 백씨의 경우 지난 9월 25일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 약 20일 정도 지났으므로 만약 시신이 계속 냉장에 보관되고 있다면 상태 변화가 이미 시작했다죠?

  =. 서울 소재 의과대학 법의학과 A 교수는 "냉장보관은 약 4℃에서 이뤄지므로 곰팡이도 발생할 수 있고 세포에 변질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세포 변화를 '자가융해 현상'으로 부르는데 당연히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신은 초기와 상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쉽게 설명하자면 냉장고에 고기와 채소를 오래 보관했을 때 상하지 않더라도 물이 생기면서 조직이 흐물흐물하게 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덧붙였습니다.

  -. 그러나 백씨의 부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요?

  =. 네, 지난 13일 백씨 유족과 투쟁본부가 경찰의 3차 협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시신 보관은 더욱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또 냉장이 아니라 냉동보관이라도 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부검을 위해서는 일정 시간 보관된 시신을 실온에서 해동하게 되는데 이때 세포 일부분이 깨질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물론 현재 냉장이 아니라 냉동보관 상태라면 조금 더 오래 시신 상태를 유지·보존할 수 있다"며 "단, 냉동보관에 들어갔을 경우 얼린 시신을 녹이는 해동 과정에서 또 다른 신체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즉, 냉장보다 냉동보관에서 시신이 더 단단하게 얼었으므로 해동 과정이 정확한 부검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군요?

  =. 더욱이 중환자실에서 317일이라는 장기간 입원해있었던 고인의 신체 상태를 고려했을 때 정상인보다 부검해도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백씨 유가족대책위는 백씨 시신 보관 상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백씨 유가족대책위는 정부 측에서 강제로 시신을 탈취할 가능성을 내세워 시신 보관 위치를 말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보통 냉장보관은 1주일 정도이며 그 이상이 지나면 냉동보관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유가족이 아니면 현재 백씨 시신 보관 상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죠?

  =. 그렇습니다. A 교수는 "의무기록부 등 서류상으로만 사인 규명을 했을 경우 이에 대한 의료계와 법의학계의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며 "부검이 정확한 사인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족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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