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과정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인문학이 다른 학문과 결합해 도약을 꾀하고 있는데, 존재 자체만으로는 빛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인문학을 부흥시키기 위해 대학들은 타학과와 융복합한 새로운 교과 과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가천대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자유전공학부에 '실험인문학' 교과목을 새로 개설해 운영 중이라고요?

=. 인문학 이론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해보겠다는 취지입니다. 학생들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인가',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혈액형과 성격은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관찰, 설문조사 등 저마다 적합한 검증 방법을 찾아 한 학기 동안 탐구합니다.

각각 주제는 정치언어, 인종학, 심리, 공학, 컴퓨터, 디자인 분야 등과 연계됐습니다. 문제 제기에만 익숙한 인문대 학생들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다각적으로 찾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과목의 특성이라고 학교 측은 전했습니다.

-. 이에 대해 가천대 관계자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강의 방식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인문학을 실생활에서 실험한다는 학습 주제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면서요?

=. 성균관대도 인문학과 사회학, 자연과학 등을 융합한 '미래인문학' 연계전공을 이번 학기에 신설했습니다.

테크놀로지의 주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논의하고, 변화무쌍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계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철학적 인간학, 소프트웨어개론, 빅데이터, 기계비평론 등 계열을 넘나들며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아주대학교에는 '디지털휴머니티'와 '의료인문' 분야가 학부 연계전공과 대학원 과정으로 마련됐다죠?

=. 순수 인문학 탐구에서 나아가 디지털과 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함께 배우려는 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휴머니티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인터넷에서 사용된 언어를 분석하고 해당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 디지털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겸비한 인문학도 육성이 목적이라고요?

=. 의료인문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이 노인 우울증, 치매 등 예방 상담 영역에서 활동하도록 돕습니다.

박정식 아주대 영문학과 교수(디지털휴머니티 사업단장)는 "인문 융복합은 인문학이 위축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구상된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이 시도하고 있는 융복합이 순수 인문학을 변형시킨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됩니다.

-. '돈'이 안 되는 인문학을 상품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인문학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라죠?

=.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박만규 아주대 인문대학장(전국 사립대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은 15일 "사회 기여도와 학생들의 사회진출 측면에서 융복합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순수 인문학을 놓아서는 안 된다"면서 "기본 인문학 실력이 갖춰져야만 융복합과 응용이 가능한 것이므로 대학과 교수들은 양질의 인문학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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