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부산 사상구 D 빌라는 부지 아래 빗물배수관이 관통한다는 사실이 누락된 채 엉터리로 건축허가가 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관련 법상 지반을 약하게 하는 빗물배수관 등 지장물 위에는 건축허가가 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주민들은 빗물배수관 때문에 건물이 기울어졌다고 주장하며 관할구청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죠?

=. 15일 부산 사상구에 따르면 D 빌라는 지난달 3일 건물이 북서쪽으로 1도47분(분은 1도를 60등분한 단위) 기울면서 벽에 금이 가고 지반이 내려앉았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건물이 12분가량 더 기울며 주민들이 긴급대피하기도 했는데, 주민들이 확인한 결과 D빌라는 2002년 만들어질 당시 엉터리로 건축허가가 났습니다.

-. 이 건물 부지 지하 1m 아래에는 1983년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 1.5m, 세로 1.5m의 빗물배수관이 있어서, 지장물 위로는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한 건축법상 건축허가가 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라죠?

=. 지하에 매설된 빗물배수관 등에서 물이 흘러나올 경우 토사가 쓸려 내려가거나 다져지며 빈공간을 만들어 지반을 약하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구에서도 허가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구는 D 빌라에 대한 건축허가와 관련해 보관하고 있는 '현장 조서'를 찾아 확인한 결과 당시 건물 지하에 지장물이 없는 것처럼 조서가 꾸며져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 조서를 작성해 구에 제출한 사람은 건축설계사 A 씨라면서요?

=. 네, 건축설계사는 건축주와 구청 양쪽에서 보수를 받으며 현장조사를 진행합니다. 구는 엉터리 조서를 작성한 까닭을 묻기 위해 A씨를 수소문했지만 A씨는 2005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 관련 사상구의 한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공무원과 민원인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현장조사는 민간 건축설계사가 한 뒤 구청에 그 결과를 제출하면 구에서는 나머지 법적인 부분만 확인하고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A 씨의 사망으로 구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주민들은 엉터리 허가로 빗물배수관 위에 건물이 지어지면서 빗물배수관 때문에 건물이 기울었다고 주장한다고요?

=. 이 때문에 구청에서 사고와 관련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빗물배수관과 건물의 기울어짐의 인과관계를 우선 명백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구는 건물 기울어짐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서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구의 한 관계자는 "빗물배수관 위에 지어진 것이 건물이 기울어지게한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구청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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