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한 달을 맞습니다.

-. 시행 전부터 우리 사회를 바꿀 것으로 예상했던 청탁금지법은 실제로 음식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요?

=. 메뉴를 바꿔 살길을 찾는 고급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아예 문을 닫은 식당도 있습니다. 화훼업계나 대리운전 업계는 울상인 반면, 소위 '란파라치' 양성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뭐니뭐니해도 고급 한정식집이라고요?

=. 1인당 3만원 미만의 저녁 메뉴를 찾아볼 수 없었던 한정식집에서는 이제 3만원 넘는 식사를 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음식 구성을 바꿔 부랴부랴 3만원 미만의 메뉴를 만들어도 매출은 비교가 안 되게 줄었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D 한정식집 사장은 "법 시행 전과 비교해 매출이 3분의 1이 줄었다"면서 "3만원짜리 메뉴도 안 찾고 1,2만원대 음식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 이 사장은 "술도 예전에는 한 병에 4만8천원하는 민속주를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소주, 맥주, 막걸리를 찾는다"며 "그것도 많아야 테이블당 2병"이라고 푸념했다죠?

=. 아예 '소맥 코스'를 메뉴를 개발해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식당도 있습니다. 3만원짜리 족발에 소주와 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광화문의 S 음식점은 26일 기자가 찾았을 때 저녁 예약이 완료됐다고 전했습니다.

-. 메뉴야 어찌 됐든 결제는 각자 한다고요?

=. Y 한정식 사장은 "친구끼리 오거나 '김영란법'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나 와서 많이 시켜 먹지 그 외의 사람들은 계산할 때 카드를 몇 장씩 주고 결제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줄어드는 매출을 감수하고라도 영업을 계속하는 음식점이 다수지만 업종전환도 하지 않은 채 아예 문을 닫아버린 집도 상당수입니다. 한정식집 골목에는 간판만 달린 채 불이 켜지지 않는 식당도 많습니다.

-. 청탁금지법이 경조사비를 제한한 탓에 전국의 꽃집도 어려움을 호소한다죠?

=. 한국화원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후 매출이 60% 이상 떨어졌고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손님이 없어 공친다"며 "장사를 접고 전업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조사 때 화환을 주고받는 것도 줄었을뿐더러 문제가 될 일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밖에 안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화훼 거래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줄어든 196만9천 속으로 조사됐습니다.

-. 전년 동기 대비 절화류 -14%, 난류 -20%, 관엽 -18% 등으로 모든 화훼류가 거래량이 감소했다면서요?

=.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소비 위축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한 수준"이라면서 "다음 달 3일 전국 원예 작목반장이 모이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리운전 업체도 수요가 줄어든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저녁 접대 자리가 줄어들면서 유흥업이 위축되다 보니 자연스레 타격을 입었습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대리 콜이 많았던 여의도 같은 경우 콜이 '반토막'이 나서 '콜밭'이 오지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며 "로비와 연계된 음주문화가 있던 곳인데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김 회장은 "골프장이나 룸살롱이 밀집한 곳에서도 콜이 줄고 있다"며 "신규사업자가 들어와 안 그래도 힘든데 수익이 줄어 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고요?

=. 다만 일부 지방 골프장은 법 시행 전에도 접대성 골프 수요가 적었던 덕에 매출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를 잡아 포상금을 노리는 이른바 '란파라치' 양성 학원은 호황을 맞았는데, 한 학원의 원장은 정확한 수치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파파라치 기법을 배우러 오거나 문의하는 사람이 급증한 것은 맞다"고 귀띔했습니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있는 파파라치 카페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각종 사례를 공유하는 글들이 늘어나기도 했다죠?

=. 그러나 '란파라치'들이 제대로 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를 포착해 포상금을 받았다는 사례는 못 들어봤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그만큼 법 위반 현장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드나드는 식당에서 버려지는 영수증을 찾거나 장례식장 화환에서 공무원 이름을 찾는 것 등을 가르치는데 말이 안 된다"면서 "모두들 조심하는 상황에서 포상금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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