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고, 이 때문에 남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을 쏟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요?

=.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서는 '관태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관계'와 '권태기'를 합한 이 단어는 인간관계에 염증과 회의를 느낀다는 뜻입니다.

31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0년 1월 1일부터 2016년 10월 15일까지 블로그와 트위터, 기사, 커뮤니티를 분석해 '관태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분석 결과 '관태기'는 지난해 11월 초 12회 언급되며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올해 들어 최근까지 모두 1천34회나 언급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관태기'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염증과 회의감은 '인간관계'의 연관 감성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죠?

=. 최근 7년간 '인간관계' 관련 연도별 감성어를 보면 '스트레스'(5만8천47회), '힘들다'(4만2천632회), '어렵다'(3만8천607회)가 압도적으로 상위에 올랐습니다. 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곧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인간관계가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친구나 연인처럼 대가 없이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보다는 사회생활에서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만남이 인간관계의 주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 '인간관계'의 연관어로 '인맥'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3천회, '스펙'은 연평균 1천여회가량 꾸준히 언급됐다면서요?

=. 힘들게 인간관계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낫습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한 '솔플', '혼술', '혼밥', '혼놀' 등 언급량은 조사 기간 평균 10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솔로플레이'의 줄임말인 '솔플'은 혼자 놀기를 뜻하는 말로 지난 2010년 1만3천843회 언급됐다가 올해 10만8천76회로 10배가량 뛰었습니다.

-. 혼자 술 마신다는 뜻의 '혼술'은 2010년 언급량이 14회에 불과했지만 올해 5만2천178회로 급증했고, 혼자 밥 먹는다는 뜻의' 혼밥' 역시 2010년 6회 언급되는 데 그칠 정도로 생소한 단어였지만 올해는 6천여회나 언급됐다죠?

=. '혼자 놀기'의 줄임말 '혼놀'도 2010년 24회에서 올해 3천271회로 뛰었습니다. 이같은 '관태기'의 시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훈련보다는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진 근현대 사회의 산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바쁘게 성과를 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목적을 빨리 달성하기 위해 혼자 스스로 모두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느낀다"며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학교에서도 오랜 시간을 들여 남들과의 관계 맺기 훈련이 안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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