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빈부 격차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승자독식만을 강조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 시간이 갈수록 소득 격차는 더 벌어져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고요?

=. 이러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조세제도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조성한 재원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조세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014년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11.4%를 기록, 35개 회원국 가운데 자료가 있는 33개국 중 31위를 차지했습니다.

-.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터키(5.9%), 멕시코(4.0%) 두 국가뿐이었다죠?

=. 가까스로 꼴찌를 면한 셈입니다. 지니계수란 소득불평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을 의미합니다.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세금을 떼기 전 지니계수와 뗀 이후 지니계수를 비교해 산출합니다. 개선율이 높으면 그만큼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14년 기준 개선율이 가장 높은 OECD 회원국은 핀란드(48.1%)였습니다. 핀란드의 세전 지니계수는 0.495로 한국(0.341)보다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뗀 후 지니계수는 0.257로 한국(0.302)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 다시 말해 핀란드는 세금을 떼기 전 소득의 격차는 한국보다 높지만,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로 격차가 한국보다 적어졌다는 의미군요?

=. 네,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한국보다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독일(42.2%), 프랑스(42.0%), 이탈리아(36.3%), 영국(31.3%), 캐나다(26.7%), 미국(22.4%) 등 주요 7개국(G7)의 개선율은 한국의 2배에 달했습니다.

2014년 통계가 없는 일본도 이미 2012년 32.4%에 달했습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으로 한국의 개선율이 점차 나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2006년 7.3%였던 개선율은 2014년까지 8.2%→8.7%→9.0%→9.1%→9.1%→9.2%→10.1%→11.4%까지 완만히 증가했습니다. 2015년 개선율도 13.5%를 기록했습니다.

-.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를 보면 작년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3대 지표는 모두 전년보다 악화했다죠?

=. 하지만 이는 사회 구조적인 격차 확대 폭이 크게 악화한 탓으로, 정부 정책의 빈부 격차 개선 효과는 오히려 전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격차 해소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세제 정책을 펼 방침입니다.

경제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늦어도 다음 달 초 발표할 내년 세제 개편안의 주요한 방향성 중 하나로 '소득재분배'를 지목했습니다.

-. 고소득층의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고,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율과 종합과세 기준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등 '부자증세'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요?

=. 네, 김 부총리는 최근 "그간 소득재분배에 세제가 충분히 역할을 하는 데 미흡했다"며 "취약층,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지 않고 완화하는 방안,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세제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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