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통일기도를 저지해야 한다(2)

연방제 통일기도를 저지해야 한다(2)
아침 신문을 보니 북한의 가짜유골 반환으로 분노하는 일본 국민을 향해 한국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즉, 북의 유골사건이 고의가 아닐 테니 일본이 성급하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물론 나도 일본이 성급하게 경제 제재를 가하여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이 북의 입장을 두둔하거나 북의 입장에서 말하면 되겠는가. 북한 스스로 일본인을 납치한 사실을 시인했고, 그 사망에 대해서도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는 터에, 유골이라고 보낸 것이 가짜라니! 우리가 외국에 의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우리 국민과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참으로 소름 끼치는 일이다.

더욱이 북한은 이 사건에 관하여 가짜소동이 북에 대한 중상모략이며 경제제재 운운은 곧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마땅히 한국 대통령은 북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며, 상처받은 일본 국민을 위무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본 국민과 정부의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형식을 만든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이 개방과 개혁을 통해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수용하는 변화, 즉 실질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도 따지고 보면 북한이 인권이라는 가치를 소홀히 하는데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나 깨나 평양과 손을 잡고 연방제 통일 합의를 끌어내야 하고, 그런 형식을 만들어 내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앞서와 같이 일본에서 또다시 평양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쉬지 않고 연방제 통일 합의라는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북한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고려연방제’를 주장하여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통일방안에 관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사가 바뀌었지만, 대체로 화해, 협력의 단계를 거쳐 남북연합을 이루고 마지막으로 완전한 통일을 성취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서 남북연합이란 물론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연합이 아니라, 완전통일로 가는 과도기 동안 남북협력을 제도화하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에 관한 합의가 발표되었다. 즉, 합의문 제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철저히 금기시되던 연방제 통일 방안이 어두운 터널에서 머리를 내밀고 햇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당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열광하느라 이 통일방안의 의미가 제대로 토론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조항은 학술적 흥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북에서도 이 조항의 발표를 내켜하지 않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 ‘공화국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창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하여튼 통일방안에 관하여 이론적 접근을 즐겨하신 분이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회에서 단일 세력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그가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려 해도 정치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다 북의 김정일 위원장이 끝내 답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정권에 이르러 마침내 여건이 성숙되었다. 국회 과반수 세력을 확보하였으며, 두려움을 모르는 전위세력이 권력의 전면에 포진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안으로 잠재적 반대세력을 억누르고 밖으로 미국을 견제하며, 쉬지 않고 평양에 신호를 보낸다. 연방제 통일방안을 해금(解禁)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고 노 대통령을 칭찬하며, 노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나라 정세의 본질이다.

우리나라 헌법학의 최고 권위인 김철수 교수도 최근 발표한 글을 통해 현 정권이 헌법을 파괴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연방제 헌법 개정안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리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해서라도 우리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통일방안이 없어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통일방안을 합의하여 통일을 이룬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에도 서독과 동독 모두가 통일방안이라는 것을 상정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부단한 교류, 협력을 통해 공통의 가치를 키우며 동질성을 확대 나갔고, 마침내 독일 민족이 통일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정치, 사회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북의 개방과 개혁을 통한 동질화 과정이지, 연방제 같은 되지도 않을 통일방안이 아니다. 더욱이 그 연방제 통일을 이루기 위해 오늘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키우며, 민주사회와 경제번영의 기초를 쌓아 온 사람들을 ‘주도세력 교체’라는 이름으로 학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통일이란 우리 민족이 하나의 가치와 제도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정권은 우리 사회를 대립과 분열로 치닫게 한다. 쉬지 않고 편 가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무엇을 위한 노림수란 말인가.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큰 나라도 내부가 분열되면 작은 나라를 당하지 못한다. 아무리 앞선 문명도 내부가 혼란에 빠지고 정신이 약해지면 뒤떨어진 야만에 무릎을 꿇는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늘 우리 사회가 분열과 혼란에 빠지고 국가의 기강,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는 현상을 보며 전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바로 세우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2004년 한 해가 저문다. 2005년 새해가 밝아 온다. 격랑의 한 해가 될 것이다. 더욱 깊어질 경제적 고통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감당해낼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저들이 들고 나올 연방제 통일을 어떻게 좌절시키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모든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뜻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일어서면 된다. 역사의 주체인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은 잘못된 가치와 노선이 만들어 낸 이 혼란을 수습하고 역사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믿어야 된다. 그리하여 2005년은 도전과 창조의 한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4. 12. 21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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