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시설 사용검사 승인도 안 났는데 4년간이나 시험 실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서울 송파구을)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확인할 결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안전 당국의 승인도 없이 임의로 ‘사용후핵연료’ 시험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 반감기가 10만 년이 넘는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대상으로 시험이나 연구를 하려면 반드시 원자력안전 당국이 사용을 승인한 시설 안에서 해야만 합니다. 사용후핵연료는 한 개의 폐연료봉에만 문제가 생겨도 주변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입니다.


원자력연구원이 고리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들여와 시험을 처음 시작한 시점은 1987년 4월입니다. 

하지만 원자력 안전 당국(당시 과학기술처)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에 대해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은 그보다 훨씬 늦은 1991년이었습니다. 

4년 넘게 무허가 상태로 맹독성 방사능 물질에 대한 시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원자력안전법(구 원자력법) 위반입니다.

원자력연구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시험은 외형을 변화시키지 않는 ‘비파괴시험’도 있었지만, 절단 및 시편제작 등의 외형변화를 수반하는 ‘파괴시험’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시험시설에 대한 사용 승인이 나기도 전에 파괴시험을 수행한 폐연료봉만 23개였습니다. 

사용후핵연료를 파괴해 외형을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험이며 완벽한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원자력연구원은 사용 승인이 나지도 않은 무허가 시설에서 매우 위험한 시험을 4년 넘게 실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은 1987년 당시에 ‘조건부 임시 가동 승인’을 받아서 시험을 실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당시에 조건부 임시 가동 승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금까지 원자력 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어떠한 임시 사용 승인도 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사업자 지정’(`82.9월)과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의 설치 승인’(`84.5월)을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리 시설을 짓고 그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 · 관리하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지만, ‘사용 승인’ 전에 폐연료봉에 대한 ‘파괴 시험’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 그 당시에 불법적인 사용후핵연료 시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원자력연구원은 대전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안전에 조금이라도 구멍이 뚫려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당시 사용 승인 과정에 대한 재조사와 그에 따른 철저한 책임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밖으로 나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와 있다는 사실이 작년에 처음 밝혀진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안전의식 결여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사실로만 본다면 두 기관은 아예 처음부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안전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최명길 의원은 “방사능 폐기물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독성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에 대한 승인 절차가 이처럼 허술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원자력연구원이 원자력에 대한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해서도 전문가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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