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됐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단 수몰된 광부를 기리는 합동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 해남 황산옥매광산 광부수몰사건 유족회는 26일 오전 황산면 삼호리 선착장에서 황산옥매광산 집단수몰 광부 118인 합동 추모제를 진행했다면서요?

=. 합동 추모제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 추모식 및 헌화와 함께 광부 넋을 기리기 위한 지역문화예술인 추모공연 등이 열렸습니다.

황산 옥매광산 광부수몰사건은 일제강점기 때 제주도로 강제로 끌러간 광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바다에 집단 수몰된 사건입니다. 황산면과 문내면 등의 광부들은 1945년 3월 하순경 일본 경찰과 헌병에 의해 강제로 배에 태워져 제주도로 끌려갔습니다.

-. 이들은 제주도 서귀포 등지에서 군사시설인 굴을 파는 일에 투입됐다가 같은 해 8월 15일 해방이 되자 어렵게 배를 구해 고향으로 돌아온다죠?

=. 당시 배에는 일본인 5명을 포함해 225명이 타고 있었는데 배가 추자도 앞에 이르렀을 때 배에 큰불이 나고 승선한 광부들은 모두 바다로 뛰어내려 널빤지와 깃대 등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표류 8시간 만에 그 앞을 지나가다 구조작업을 한 일본 경비정은 구조된 137명 중 일본인 5명이 포함된 것이 확인되자 나머지 118명의 광부는 그대로 버려둔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이 사건 이후 황산면과 문내면은 초상집이 됐다고 합니다.

-. 광부들이 떠난 항구에선 원혼들을 달래기 위한 큰 굿이 2∼3개월간 치러지고 한 마을에 30호 이상이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일이 매년 반복됐다면서요?

=. 생존자 대부분 사망하고, 유족들도 고향을 떠나면서 남아있던 몇몇 유족이 돈을 모아 광부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945년 8월 23일(음력 7월 16일)에 합동 제사를 지내오던 중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해남지역 연극단체인 극단 미암의 도움으로 합동 추모제가 성사됐습니다.

2016년부터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황산면과 문내면 사회단체들이 나서 추모제를 지원하는 한편 추모조형물 추진위원회를 발족, 광부들을 기리는 추모비 조성을 끌어냈습니다.

-. 광부들이 배를 타고 떠났던 삼호 옥선창 앞에 만들어진 5.5m 높이의 추모조형물은 배 모양 조각물 위에 희생된 118명의 광부를 상징하는 118개의 원모양을 조성해 마침내 고향의 품에 안긴 광부들의 넋을 그리고 있다죠?

=. 먼저 간 이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상징하는 의미로 올해는 성금을 내준 군민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새로 부착하고, 주변을 정비해 공원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황산면 옥매광산 및 광물창고는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하는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에 선정됐습니다.

-. 옥매광산 광부 집단 수몰사건에 대한 재조명은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키면서 정부 차원의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면서요?

=. 다만 1965년 한일협정에서는 국내 강제동원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지 않으면서 이들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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