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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검찰의 성창호 판사 '보복 기소'와 1971년 사법파동

(정리) 김미연 기자l승인2019.03.12 16:30l수정2019.03.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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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화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자연)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전격 기소되자 '보복 기소'가 아니냐는 논란이 뜨겁다. 

'보복 기소'라는 주장의 논거는 기소 시점을 넘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검찰은 공교롭게도 김경수 지사 사건이 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배당된 직후에 성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참고인 신분이었다. 그런데 김경수 지사가 법정구속되자 비로소 피의자 소환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성 부장판사에게 피의자로 입건한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을 뿐 검찰 내부적으로는 이미 피의자로 전환했었다며, 참고인에게도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므로 참고인신문조서는 피의자 신문조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법 기술적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 받는 사람과 피의자로 소환 조사 받는 사람의 방어권 행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피의자 신분임을 알지 못할 때는 변호인 조력권 행사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참고인 조사 당시 피의자로 입건했었다면 왜 굳이 공교롭게 김경수 지사를 법정구속한 직후 갑자기 피의자로 소환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성 부장판사에게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보도된 바와 같이 최유정 변호사 등에 대한 수사기록을 복사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면, 비록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따랐더라도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검찰권의 행사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원리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어땠나. 김경수 지사 사건을 막 배당받은 성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하고 김 지사에 대한 판결 선고 때까지 피의자 소환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목줄 잡기’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나머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게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줄’을 계속 잡고 있겠다는 것인가.

김 지사를 법정 구속한 직후 성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소환하고 기소한 것은 ‘법원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혹을 벗기 어렵다. 

그래서 성 부장판사에 대한 기소는 ‘공소권 남용’에 해당된다는 비판이 거세다. 

필자가 변론한 사건 중에는 상대방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 소권 남용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각하시킨 사례나, 모 공공기관의 고위 직원에 대한 면직처분이 실은 정부 감독 부처에서 내려올 ‘낙하산’을 앉히려는 숨은 의도였음을 입증해 부당해고 구제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허용된 권한의 행사가 ‘남용’에 해당된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선의 한 판사는 성 부장판사를 기소한 검찰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해서 불기소처분을 하면 재정신청을 해야 된다는 과격한(?) 주장을 사석에서 하기도 한다. 
불기소처분은 검찰이 하지만 재정신청에 대한 결정은 ‘법원'이 하는 점을 염두에 둔 감정적 주장이다. 하지만 직권남용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므로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득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소위 ‘사법파동’이 떠오른다. 1971년, 검찰이 이 모 부장판사와 최 모 판사, 이 모 서기 등 3명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에 서울형사지법 판사 37명이 무더기로 사표를 낸 사건이다.

최, 이 두 판사의 혐의는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었지만, 37명의 판사들은 시국사건에 대해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사법파동은 전국적으로 번져 당시 전국 415명의 판사 가운데 153명이 사표를 냈고,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직수 법무장관에게 사태수습을 지시해 수사가 백지화됐다.

1971년 사법파동의 계기가 된 사건은 성 부장판사에 대한 기소와 매우 비슷하다. 성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진 않았지만 최, 이 두 판사의 뇌물수수 혐의가 훨씬 더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김경수 지사 법정구속이라는 단일 사건에 대한 판결 직후 기소했다는 시의성 측면에서 성 부장판사에 대한 기소가 한 술 더 뜬다.  

그러나 지금은 사법파동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판사들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태수습을 지시할 필요조차 없다.

TV뉴스는 5공 시절 ‘땡전 뉴스’보다 더 하다. 

현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한 독재정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손재화(48) 변호사는 대구 대건고와 고려대를 나와 사법연수원 제35기, YTN 법무팀장과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자연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리) 김미연 기자  easypil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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