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32] 세계적으로 특이한 다종교 다문화 융합사회 대한민국(한국민의 종교 세계관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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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32] 세계적으로 특이한 다종교 다문화 융합사회 대한민국(한국민의 종교 세계관의 특징)
  • (정리)김미연 기자
  • 승인 2019.06.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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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한국의 종교문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필자가 2008년 한국다문화센터를 만들고 mbn에서 다문화 대담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함께 참여한 패널로 독일 출신의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이참(당시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되기 전)씨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참씨는 당시 대담에서도 밝혔지만, "한국민은 다문화 포용력이 대단히 높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대뜸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로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사회에서 다양한 종교가 이토록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필자는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세계에서 종교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각종 테러와 전쟁도 종교로 인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양한 종교가 들어왔지만, 한두차례 박해를 경험한 뒤로는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참씨는 또 말했다. 
"내가 어느 가정의 장례식에 조문하러 간 적이 있는데, 마침 그 가정에서 돌아가신 분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광경을 보았다. 영정 앞에 젯상을 차려놓고 가족이 함께 절을 하는데, 상복을 입은 어떤 여인은 절을 하지 않고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저분은 제사를 지내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상주가 하는 말이 저 아이(아마 상주의 여동생이었던 것 같다)는 기독교를 믿어서 절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참씨가 본 풍경은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은 장면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들의 제사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 가족이 모여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성당이나 사찰에 가서 함께 예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저 가정처럼 제사를 지내고, 그 옆에서는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고...형식의 주도권은 제사를 모시는 사람(대개 장남)의 의견에 달려있지만, 형제들은 굳이 따지려들지 않고 자기 식대로 제사를 하거나 기도를 드린다. 

물론, 기독교에서 강하게 제사를 거부하기 시작했을 때 일부 가정에서는 갈등도 있었다. 제사지내는 한편에서 기도올리는 형제가 있을 때, "그럴려면 제사지내러 오지마!"라고 쏘아붙이던 형제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 대개는 그냥 그 사람의 종교형식을 용인하거나 묵인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 집에서 제사를 안모시고 절에 가서 모시거나 성당에 가서 예배를 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곧, 성당을 다니지 않는 형제들도 그럭저럭 참석한 뒤 밥먹고 헤어지게 된다. 

이런 광경은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는 흔히 뉴스에서 종교로 인해 폭탄테러가 나고,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접하곤 한다. 심지어 같은 이슬람교 안에서도 수니파, 시아파가 나뉘어 서로의 예배당에 폭탄을 던지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한다. 또 이슬람국가를 건설하겠다며,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목을 잘라 죽이기까지 하는 끔찍한 뉴스를 접하곤 했다.
 
그런데, 같은 동네도 아니고, 한 집안에서 같은 형제끼리 종교가 달라, 돌아가신 선조를 모시는 방식도 달리한다. 그것도 하나의 공간에서...! 아마 이 장면을 보게 된다면 전세계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전세계적으로 특이한 다종교 다문화 융합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적어도 종교에서만큼은 다문화 선진국인 셈이다. 

그럼, 이런 한국인의 종교적 포용력, 특질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사회의 특이한 다층적 종교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는 다른 나라와 달리 매우 다층적인 종교관념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가장 밑바탕에는 무교(점, 풍수지리, 사주팔자, 무속)의 심정이 깔려져있고, 그 위에 민족종교, 불교, 천주교, 기독교라는 각각의 종교가 얹혀져 있고, 또 그 위에 유교나 정치이념이 얹혀져 있다. 그런 다층적 종교구조와 함께 오랫동안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혹자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엔 불교가 국교였고,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국시로 삼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론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단군과 삼한시대의 제정일치 사회 이후에도 종교와 정치를 일치시키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백제 무왕이 미륵정토를 추구했고, 또 후고구려의 궁예가 현신 미륵으로 행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거의 실패했다. 심지어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도 승가를 뽑는 과거시험과 관료를 뽑는 과거시험이 달랐다. 관료를 뽑는 과거시험은 주로 유학의 정치철학에 입각한 윤리도덕과 통치술이었던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적 윤리관과 도덕이론 통치론이 주요한 내용이었지만, 그때도 개인적으로 불교를 믿는 행위에 대해 탓하진 않았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물으면 51% 정도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하고, 49%정도는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 중 불교(23%)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기독교(19%)고, 다음이 천주교(약 7%)와 기타종교들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집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사람들이 70%를 넘는데, 그 중 유교를 믿느냐는 물음엔 겨우 0.5%조차 되지 않았다. 즉 유교를 종교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철학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볼 때 유교(유학)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나의 학문, 철학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제사는 유교의 종교행사라기보다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하나의 관습(조상신을 모시는 제사는 유교 뿐 아니라, 북방 유목민족의 전통 중의 하나)으로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유교를 국시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도 백성들은 종교를 유교로 여기지 않고, 불교 등을 종교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우리에게 아주 오랜 역사적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오랫동안 내려오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의식이 다종교 공존의 기반이 되고 있는 셈이다. 즉, 종교와 정치가 일치되었던 서구 유럽이나 중동의 경우 종교 갈등은 피할 수가 없지만,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오랜 전통이 되어 있는 한국사회는 다종교가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지금도 종교와 정치가 일치된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국가내 종교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으며, 종교 갈등으로 수많은 인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 

여기에 종교속에서 다층적 관념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다종교 공존의 기반이 되고 있다. 즉, 전통의 샤머니즘과 토템이즘에 기반한 무속과 점술, 풍수지리 등 다양한 내용들이 한국인의 기층 영성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불교, 유교는 물론 유일신 사상을 믿는 천주교, 기독교 신자마저 점을 치거나 무속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다시말해 전통의 샤머니즘이나 토템이즘에 기반한 무속(또는 사주팔자, 점술)이 기층 영성을 형성하고, 그 위에 보편화되고 고차원의 종교이론이 얹혀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종교를 갖고 있더라도 그 심적 영성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존의 마인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고, 그 공존의 마인드 위에 서로 다른 영성추구의 과정(종교이론 및 형식)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한국에서 다양한 종교가 함께 공존하고 공생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물론, 일부 종교에서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 전통신앙과 종교적 영성의 다층적 종교관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은 서구처럼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기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전통을 생각할 때 그러한 의도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그같은 시도가 다종교의 공존 공생구조를 파괴하고, 종교 갈등이라는 불편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특이한 한국사회의 "다종교 다문화 융합사회 현상"은 그것 자체가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에 의해 물려받은 것이고,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복'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제정분리의 전통과 다층적 종교관이 가져다준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같은 전통을 무너뜨리고 섣부른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기도한다든지, 아니면 다층적 종교관을 일색화된 종교관으로 전변시키려고 하는 태도는 성공여부도 미지수일뿐만 아니라,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계속...>

김성회 칼럼니스트는 레인보우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한국다문화센터 대표입니다. 김성회 대표는 연세대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장,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과 이인제 국회의원 보좌관, 반기문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 한국다문화청소년센터 이사장, 한중경제문화교류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습니다. 김성회 대표는 일찍이 다문화 시민운동을  시작해 국내 최초로 다문화 어린이 레인보우 합창단을 설립하여 운영했으며 각종 다문화관련 행사와 방송출연, 전문패널 등의 활동을 통해 올바른 다문화 정책수립 및 문화 형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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