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47] 다문화 역사인물 열전 6 -일제 쇠말뚝의 원조 호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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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47] 다문화 역사인물 열전 6 -일제 쇠말뚝의 원조 호종단
  • (정리)김미연 기자
  • 승인 2019.06.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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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의 한 챕터로 다문화 역사인물 열전을 연재하고 있다. 

 석탈해부터 허황옥, 그리고 을지문덕과 온달, 광종과 쌍기, 그리고 베트남 리왕조의 왕자출신인 이용상의 화산이씨와 이양혼의 정선이씨, 그리고 이의민까지 한반도에 이주한 이주민 중에서 특이한 행적을 보인 인물들을 연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설화속에서 아주 악명높은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한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호종단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제주도와 금강산 동해안 일대에서는 민간의 설화에서 아주 악명이 높은 사람이다. 또한 일제가 우리나라 산하에 온갖 말뚝을 박아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풍수지리 도참사상의 원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민간의 대표적인 풍수지리 도참사상의 설화에는 일제의 말뚝과 이여송의 혈맥 파괴, 그리고 호종단의 단혈에 대한 설화가 존재한다.  
​먼저 호종단이 어떤 사람인가 알아보자. 호종단은 송나라의 복주 사람으로 고려 예종 때 상단을 따라서 고려에 왔다가 귀화한 사람으로 생몰 연대는 알려져있지 않다. 그는 총명할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재주가 뛰어난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송나라에서 일찌기 태학에 들어가 상사생이 되었다고 하며, 고려에 와서는 예종의 총애로 좌우위녹사라는 벼슬을 하였다고 한다. 이어 권직 한림원이 되었다가, 보문각대제가 되었다. 


 그런데, 음악을 좋아하며 기생 영롱과 알운과 어울리는 왕을 풍자한 고효충이 처벌받을 위기에 처하자, 호종단이 글을 올려 변명하였다. 이에 왕이 고효충을 석방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호종단은 성품이 총명하고 민첩할 뿐 아니라, 문장에 능숙하여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척준경이 왕실에 침입했을 때도 그들 달래서 되돌아가게도 했다. 그래서 사료에서는 그가 잡예에 능통하고, 자못 압승술(주술을 쓰거나 주문을 외워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것)을 잘하니 왕이 미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호승단의 기예와 압승술 능력이 세간에 잘못 알려져 풍수지리 도참사상에 의해 그를 비난하는 설화가 생긴 것 같다. 대표적으로는 제주도 삼성혈을 막고, 물혈을 막아 물길이 메말라 인재가 태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동해안과 금강산의 혈맥을 파괴하고 무너뜨렸다는 설화이다. 이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에 참전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의 혈맥 파괴 전설과 일제시대 일제가 명산 명혈을 파괴했다는 전설의 원조격이다. 

 호종단에 관한 전설은 동해안과 금강산의 경우 이곡의 "동유기"에 전하고, 제주도의 경우는 "동국여지승람"에 전하고 있다. 먼저 강릉과 속초, 그리고 금강산에 산재한 전설을 기록한 동유기를 보자. 

 [고성 삼일포에 이르렀을 때, 신라 때 사선이 남긴 자취를 찾다가 예사롭지 않은 말들이 있어 기록한다. 삼일포 석벽에 영랑의 무리가 남쪽으로 왔던 곳의 돌(述郞徒南行石)이라는 여섯 단서가 있어 술랑의 무리가 거기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데, 끝의 두 자가 흐릿하다. 그리고 삼일포 안의 호수에 관해 이곳의 봉우리가 원래는 36봉이고 봉에는 비가 있었는데, 호종단이 모두 물에 빠뜨렸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호종단이라는 사람은 이승 때의 남당 사람인데, 우리나라에 와서 벼슬을 하고 5도를 순찰하면서 이르는 곳마다 비갈을 가져다가 글자를 긁어버리고, 부수고, 물에 넣기도 했으며, 종경으로 이름있는 것들은 쇠를 틀어막아 소리가 나지 않게 했다. 한송정, 총석정, 삼일포의 비와 경주 봉덕의 종이 그런 수난을 당했다]며, 강릉 경포대에 갔을 때에도 "동쪽에 사선의 비가 있었는데, 호종단이 빠뜨리고 거북머리만 남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제주도에는 호종단과 연결된 전설이 동국여지승람과 신동국여지승람, 그리고 탐라지 등의 옛 문헌에 나타나있다. 그 내용만 보더라도 매우 다양하다. 호종단은 제주도에서는 고종달이라고 불리는데,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중국의 진시황이 제주도가 중국을 위협할 인물이 나올 지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혈을 끊고자 고종달을 파견했다. 그가 처음 도착한 곳은 "종달리"라고 하는데, 자기 이름과 같다고 해서 짜증을 냈다고 한다. 또한 삼성혈의 지맥을 끊기 위해 삼성혈 주변에 쇠말뚝을 박았으며, 제주도를 한바퀴 돌아가며 물혈을 끊고, 혈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고종달과 관련해 대표적인 전설이 서너개가 넘게 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물을 몰래 숨겨놔서 고종달이 물혈을 끊지 못해 샘물이 계속 나온다는 "거슨새미 전설"이 있고, 산방산 지기로 인해 인물이 나올 것을 우려해 지맥을 끊어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는 산방산 전설이 있다. 또 고종달의 행위에 한라산신이 화를 내고 매로 변한 뒤 폭풍우를 몰아치게 해서 고종달이 탄 배를 침몰시켜버렸다는 "차귀도 전설"이 있다. 

 이렇듯 송나라에서 고려로 귀화한 호종단에 대해선 풍수지리 도참 사상과 관련하여 악명높은 전설이 강원도 금강산과 동해안, 그리고 제주도에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실제 송나라에서 귀화한 호종단이 동해안과 제주도 등 외지로 돌며 전설에서 전하는 행동을 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에 관한 고려사 열전을 보더라도 그가 예종의 총애를 받고, 인종 때 기거사인이라는 벼슬을 한 것으로만 나오지, 외지로 파견되어 활동한 기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호종단이 이처럼 악명높은 외국인으로 전해내려오는 것은 그가 주문과 주술로 사악한 기운을 퇴치하는 "압승술"에 능하고, 각종 잡예로 국왕의 총애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시기하는 쪽에서 좋지않은 설화를 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게된다. 또 다른 한편으론 당시 금강산 동해안과 제주도가 고려 왕실과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고려 왕실에 대한 저항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즉, 고려의 예종과 인종조는 고려의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해가던 시점이었다.  당시 제도주는 반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던 탐라국이 폐지되고 고려의 지방군현제도로 편입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제주도 백성들이 사는 지역의 샘물을 끊어 사람을 못살게 하였다는 전설과 삼성혈이나 산방산 지혈을 끊어 더이상 인물이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저항적이며, 자포자기적인 풍수지리가 등장한 것이고, 그 원흉을 압승술에 능한 호종단으로 지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 강원도 금강산과 동해안은 신라 화랑들의 주요 수련장소들이었고, 신라왕족인 강릉김씨 등이 웅거하며 고려 초기에 왕건에게 끝까지 항거하였던 지역이었을뿐 아니라, 마의태자 등의 전설이 서린 곳이고, 강릉김씨 김순식 등이 왕건에 귀의한 후에도 반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지역을 경영하던 곳이었다. 따라서 고려의 예종과 인종조에 중앙집권체제가 강화되면서 제주의 탐라와 같은 억압정책을 받아야했던 지역으로 판단된다. 그런 가운데 전해진 전설이 영랑호, 삼일포, 총석정 등과 관련된 전설이고, 금강산 사자바위 전설로 판단된다. 

 이렇듯 고려 조정의 중앙집권체제 구축에 저항감을 표출할 길이 없던 지역의 백성들이 이방인이자 각종 도술에 능하다고 소문이 났던 호종단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린 것이 바로 금강산과 동해안, 그리고 제주도에서 전해오는 호종단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몽골침략 등에 따라 그 원망의 대상이 고려조정에서 중국으로 뒤바뀐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같은 변형적 전설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로 조선에 들어온 이여송의 전설에서도 엿보인다. 즉, 이여송은 처음 평양성을 점령하고 서울의 서북방(고양시)인 벽제에서 가로막혀 더이상 남쪽으로 진격하지 못하고, 명나라 내부 반란에 따라 귀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여송관련 풍수지리 전설은 충청 이남지역 등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 대부분은 중국에서 조선에 온 이여송이 조선에서 인물이 나오는 것을 막고자 명당 지혈을 파헤치고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이다.

 이는 선조가 조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명나라 장수로 들어와 조선 백성들을 못살게 괴롭힌 이여송에 대한 원망을 담고, 조선에서 걸출한 인재나 영웅이 나오지 않음을 한탄하는 백성들의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일제시대 일제가 전국의 풍수지리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 조선의 혈을 끊었다는 이야기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호종단 전설도 그렇고, 이여송 전설도 그렇고, 일제시대 쇠말뚝 전설도 그렇고...이 모든 것들은 사실이라기 보다는 풍문에 불과하고, 풍수지리 도참사상으로 백성들을 미혹에 빠지게 하는 좋지 못한 전설이다. 즉, 사실도 아닐뿐 아니라, "그로 인해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식의 자포자기를 유포함으로써 백성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의 저항정신이 어떠니 하는 전설에 대한 해석과 미화보다는, 그로 인한 백성들의 자포자기와 정신적 황폐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요즘에도 이런 미혹에 빠진 사람들이 일부 정치인의 조상 묘에 쇠침을 박으며 주술을 펼쳤다는 미신같은 이야기가 21세기 언론에 실리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곤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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