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동(충남대 교수)

1. 지방자치법개정의 주민자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019년 3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고, 3월 31일에는 국회발의를 하였다. 현행의 지방자치법과 비교하여 보면, 제1조에서 목적규정에서 주민참여를 명시하여 ‘주민자치’의 원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2).

또 주민의 권리를 강화하였다고 하면서 제16조 1항에 ‘주민에게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 보장 신설’이라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3).

그러면서 주민자치회 규정을 제25조에서 신설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의 질적 제고를 위한 주민주권 구현’4)을 위한 법률조문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를 위해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25조 1항에 ‘주민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읍면동이면 한국의 지방행정체계에서 평균인구규모가 동은 2만명내외가 되는데 과연 어떻게 풀뿌리자치가 가능할 것인가가 의문이다.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구역의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제2항에서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서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2 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

3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처리

4 지역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

5 그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

 

여기서 제시한 2번부터 5번까지는 단체자치의 행정사무에 해당하는 것에 ‘참여’하거나 ‘수탁’하는 것이지 주민이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의 주권자로서 주민자치를 위하여 총회에 참여하여 의사결정하는 폴리스(polis)5)로서의 로서의 자치는 아닌 것이다. 다시말해 여기서 제시한 주민자치회의 기능만을 볼 때는 ‘민주주의의 질적 제고를 위한 주민주권의 구현’에 해당하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읍면동장의 사무처리에 참여하는 ‘관치(官治)적 참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제3항에서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둔다고 하고 있다. 즉 ‘제2호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자치회에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둔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부분만이 강조되었고, ‘민주적으로’라는 형용사가 보이지 않는다. 즉 이 조문 역시 행정사무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주된 가치이고 관심이지, 행정사무의 처리에 주민을 주권자로서 참여시키고, 민주주의의 풀뿌리로서 자치역량을 배양하는 노력이나 가치는 문구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 이란 부분도 애매모호하기 그지 없다. 주민을 주권자로 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민총회를 통하여 주민이 직접 근린자치정부를 형성하고 결정하거나, 선거를 통한 대표자를 선출하여야 하다.

그런데 대표자를 어떻게 선출하는가에 대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4항6)에서는주민자치회가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과연 민주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투성이다. 제4항에서 명예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지방의원으로서의 명예직을 연상시키기는 하나 ‘민주적 대표성’을 가진 의원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제5항에서 ‘주민자치회는 그 명의 또는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정당참여를 금지함으로써, 주민자치는 ‘정책(policy)’수준의 논의를 하기 보다는 ‘생활(life)’수준의 논의를 하는 공간으로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시티정부의 경우에도 ‘비정당(non-partisan)’을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는 경우를 보게된다. 즉 근린구역의 자치정부의 경우에는 정책수준의 논의를 위한 정당간 갈등이나 대립을 금지하고, 지역주민의 생활과 발전를 위하여 ‘숙의(delibration)와 합의(consensus)’를 하는 공간으로 되어 있다.

이 점에서 주민자치회는 비정당을 표명하고 있는 점은 근린자치정부의 핵심적 가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고, 이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속에 반영하였다는 것은 매우 칭찬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6조를 보면, ‘주민자치회는 그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수행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자치회의 기능은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시민사회의 공동체형성기능’과 ‘행정관리의 사무처리참여기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1번이고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 2번부터 5번까지라고 할 수 있는데, 1번기능을 위해서는 회비를 통하여 스스로의 재정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나, 후자의 기능을 위해서는 당연히 행재정적 지원을 ‘반드시’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행정이 임의와 재량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정당적 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용당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를 통하여 단체장이 교체되거나, 지방의원들의 정당적 대립과 갈등에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재정이 출렁거릴 위험성이 높고, 자치적 역량을 배양하기 보다는 ‘정치적 정파’에 따라서 의존적이 되거나, ‘정치화’될 위험성이 높다.

다음으로 7항은 주민자치를 위하여 매우 필요하고도 타당한 조항이다. 즉 주민자치의 계층을 자치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민자치회는 기능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 운영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자치 협의체’라고 하는 부분인데, 협의체(COG)는 원래 지방정부들의 의회(council of government)로서, 지방정부의 대표자들이 모인 ‘의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협의체가 ‘행정협의체’로서 해석되고, 주로 행정공무원들이 행정사무의 협의를 위하여 모이는 모임으로 규정되고 있다.

협의회는 ‘광역계획 및 그 집행, 특수행정수요의 충족, 공공시설의 공동설치, 행정정보의 교환, 행정 재정업무의 조정 등의 필요를 고려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간 구성’ 하는 것으로서 ‘지방자치단체가 2개이상의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특정 사무의 일부를 공동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협의기구’로서 법인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7). 즉 행정사무의 수행을 위하여 연계하는 것으로서는 행정협의회라고 하지 ‘협의체8)’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 8조에는 ‘제1항부터 제7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외에 주민자치회 또는 주민자치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정한다’라고 하고 있는데, 여기서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라고 하는 부분이 주민주권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의 질적 제고를 위한 주민주권의 구현을 위해서는 중요한 자치의 핵심적 가치가 몇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이다. 즉 보충성에 입각한 주민자치를 법률로서 보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례가 정하는 범위에서’라고 함으로써, 시군구나 시도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규약’ 제정의 자치권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게 하는 것이다.

요컨대, 현재 국회발의중인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속에 반영된 주민자치와 주민자치회의 근거규정들은 과연 한국의 주민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그려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의 의문을 갖게 한다.

2. 특별법과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분석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도록 처음 제도적으로 제시한 것은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다. 특별법 제27조에 의하면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해당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제3장 지방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부분에 속해 있는 조문이고, 제1절 지방행정체제개편의 기준과 과제라는 절 속에 있다. 제18조부터 지방행정체개 개편의 기본방향으로서 주민의 편익증진과 국가 및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첫째, 지방자치 및 지방행정계층의 적정화를 추진하고, 둘째, 주민생활 편익증진을 위한 자치구역의 조직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규모와 자치역량에 부합하는 역할과 기능의 부여 넷째,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추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논의는 계층과 구역의 재설계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방, 광역과 기초의 역할과 기능의 재편으로서의 분권논의 그리고 주거단위의 근린자치를 어떻게 활성화할지도 새롭게 제도설계할 것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기존의 지방자치법에 제대로 도입되어 있지 않은 주민자치 즉,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근린자치제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방향제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의 조문들을 보면, 과소 자치구통합, 시군구의 통합, 도의 지위 및 기능재정립, 특광역시 구역안의 구와 군의 지위 및 기능개편, 주민자치회설치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것을 정리해보면, 기존의 기초계층에 대한 제도설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들의 통합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대도시지역의 기초계층은 지위를 개편하여 단층화한다거나, 비대도시지역의 광역계층의 지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도시지역

비대도시지역

 

현재-> 미래

현재-> 미래

광역

특광역시

시-구통합

(폐지)

기초

자치구

(자치계층폐지)

시군

통합시군

근린

주민자치회

읍면

주민자치회

<표 1> 특별법이 상정한 지방제도개편방향

 

전반적인 계층과 구역의 제도구조를 보면, 대도시지역은 현재의 광역을 중심으로 시-구통합을 하는 것이고, 비대도시지역은 현재의 기초를 중심으로 통합시군을 만들어서 광역을 폐지하여 결과적으로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제도의 계층을 단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단층화의 장점은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국가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지만, 단점으로서는 중앙집권을 강화시킴으로서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주민으로부터 멀어져서 주민과의 소통이 어렵고, 지역의 다양성을 손상시키고, 기초지방정부간의 조정이 어려워진다.

특히 단층화로 인하여 중앙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고, 행정관리가 획일화됨으로써 행정서비스가 평균화되어, 중간수준의 서비스를 공급하게 된다. 이것은 오츠(Oates)의 분권화정리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다양한 주민들의 선호를 반영하지 못하여 사회적 효용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중간수준의 행정서비스만을 공급하여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고, 주민들의 초과부담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도시지역은 단층화의 방향으로 나가더라도 농촌지역은 복층화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과연 농촌지역의 기초지방자치가 시군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점이다. 한국의 시군은 220여개에 불과하여 기초자치단위로서는 가장 숫자가 적다. 즉 구역의 크기가 세계적으로 가장 크다. 일본은 기초자치로서의 시정촌이 1700여개, 프랑스의 코뮨은 3만6천개, 독일의 게마인데도 12,000여개 등임을 볼 때, 한국의 경우 군자치를 폐지하고, 시읍면자치로 복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9).

아무튼, 여기서는 읍면동을 ‘주민으로 구성하는 주민자치’의 회로 한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으로 어떻게 주민자치를 구성하는가의 문제인데, 주민자치라고 하고 있으므로, 자기입법과 자기통제가 가능하여야 할 것이고, 주민이 직접 자치를 하거나 주민이 대표를 선출하여 간접자치를 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자는 직접민주주의로서의 총회형 자치를 의미하는 것이고, 후자는 간접민주주의로서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 자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만든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개정안’에 의하면, 제 2조에서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에 설치되고, ‘주민의 대표’로 구성돼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등 주민의 자치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주민의 대표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한다고 하는데, 특별법에서는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여서 표준조례개정안은 특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즉 주민의 대표로 주민자치 ‘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개념상 합리적이지만, 주민의 대표로 주민자회‘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주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것은 읍면동의회라고 함이 타당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1950년대의 지방자치는 읍면의회였던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주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주민읍면의회’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데, 이를 주민자치‘회’라고 하여 개념에 혼란을 초래하게 한다.

한편, 특별법이 상정한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의 개념적 의미는 ‘주민총회’

혹은 주민공동의회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즉 특별법은 직접민주주의로서의 주민총회를 구성하여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풀뿌리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설계되어야 하고, 이러한 제도에 대한 참여경험을 통하여 민주적 시민의식을 고양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표준조례에서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의 고양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자치회 즉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구성할 것이 아니라,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주민총회’를 구성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표준조례에서는 주민총회를 ‘해당읍면동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해 주민자치활동과 계획 등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공론장’이라고 하면서,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 위원과 어떤 관계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표 2> 풀뿌리민주주의제도와 표준조례제도 비교

 

민주주의제도구성

 

표준조례제도구성

대의제

근린의회 (선거선출의원)

자치활동조직

주민자치회

(주민대표)

관계

견제와 균형

관계

?

주민주권

주민총회

(주권자로서 모든 주민으로 구성

공론장

주민총회

(주민누구나 참여)

 

요컨대, 표준조례의 제도설계를 보면,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라고 하는 주민누구나 참여하는 공론장과 주민대표로 구성하는 대표조직은 존재하지만, 양자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애매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제도 구성에서는 주권자로 구성된 총회와 총회에서 선거로 선출된 대표자로 구성되는 근린의회 혹은 집행위원회는 견제와 균형이라고하는 민주주의의 권력분권에 대한 가치를 구현하는 제도구성을 하고 있다.

3. 서울형 주민자치 제도 분석

서울형 주민자치제도는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하여 13만명의 주민이 참여하면서 형성된 공동체자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마을문제해결을 위한 공론장의 형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공론장을 형성하는 토대로서 마을계획단 활동을 만들게 되었고, 마을계획의 의제를 다루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청취하면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체험을 한 것이다.

한편, 마을계획단 활동을 통하여 주민이 참여하게 되면서, 서울시 행정의 입장에서는 ‘민관협력’의 거버넌스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민관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으로서 마을계획 지원인력을 서울시예산으로 배치하기로 하고, 민간의 활동경험이 있는 마을사업전문가를 채용했다.

민관협력을 위한 전담 인력이 배치되면서, 주민의 참여도 조직화하지만, 동주민센터와 함께 마을의제를 찾고 실행하는 모델을 형성하게 되었고, 이것을 통해, 주민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행정에 대한 신뢰도도 확보하게 되었다고 한다(서울시, 2018:9).

서울시는 마을계획사업을 2년동안 실시하면서, 분과모임과 전체모임을 하면서 총회와 같은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즉 마을계획단이 의제를 발굴하고, 실행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하여 주민자치에 대한 전향적인 전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10).

그리하여,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성과를 계승하고, 주민자치제도와 자치역량의 한계를 극복하여 주민이 실질적인 자치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전게서, 11). 즉 서울형 주민자치 시범사업은 주민자치의 뿌리가 제대로 내리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서 상시적으로 풀뿌리 참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즉 한시적이란 의미도 들어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4가지 정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11). 첫째, 주민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추첨을 통한 주민자치위원의 선정이다.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고자 하는 주민은 신청서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6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선정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즉 참여의지가 있는 주민은 누구나 공평한 절차를 밟아서 주민자치회 위원이 될 수 있다

둘째, 주민자치회의 운영에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 즉 분과활동에 주민이 누구나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분과별로 임원을 뽑아서 자체 운영하고, 분과호라동을 전체 주민자치회 정례회의에서 공유하도록 한다. 또 주민은 어떤 분과에든 소속하여 지역사회의 공공성을 띤 활동에 참여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위원은 분과를 지원하고, 민주적 운영을 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주민공론장으로서 주민총회를 개최한다. 직접민주주의의 장이고, 주민자치회 활동과 사업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정당성을 가지게 한다. 주민총회는 매년 개최되고 주민자치회와 분과에 참여한 주민이 주체가 되어 주민총회를 개최한다. 주민총회에서 자치계획이 최종 결정된다.

넷째, 주민자치를 지원하는 체계로서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과 동자치지원관을 배치한다. 즉 서울형 주민자치 사업은 시범사업이고 이 사업을 통하여 주민의 자치역량이 성장하여야 한다. 주민활동의 역량을 함양시키기 위하여 행정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하여 동단위로 동자치지원관을 배치하여 주민자치회를 지원하고, 주민자치 위원의 역할수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한편 자치구에는 주민자치사업단을 구성하고, 동자치지원관에게 슈퍼비전을 제시하고, 동자치지원관을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정과 협의하고 조정하는 중간매개조직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 단,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은 민간위탁을 하고, 민간전문가를 채용하여 동자치지원관으로 배치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미 2017년도에 금천구, 도봉구, 성동구, 성북구 등 26개 동에 시범실시하였고, 2018년에는 13개구 65개 동에서 시행하였다. 서울시의 지원 예산을 보면, 주민자치회 운영비로 2,400만원, 주민자치회간사활동비로 60만원, 사무공간 조성 및 자산취득비로 1,275만원을 지방보조금으로 지급하였다.

이에 대해 주민자치지원단은 관치의 연장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비판도 있다. 즉 주민자치지원단이 관설민영이라고 하지만, 주민자치의 입장에서 보면, 주민자치를 오히려 간섭하고 관리하는 또 다른 ‘준(準)관치(官治)’라는 것이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없는 자치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서울형 주민자치 역시 ‘중간매개조직에 의한 통치’로 여겨지고, 중간매개조직의 조직권, 인사권, 재정권 등에 대한 주민의 통제와 참여가 없는 타치(他治)에 불과하다는 점이다12).

주민자치는 주민이 스스로 조직하고 인사권을 행사하고, 재정을 조달하고 집행할 수있는 자율성과 독립성의 확보가 기본이다. 여기서 독립성은 행정으로 부터의 독립성이어야 하고, 자율성은 주민 혹은 주민공동체의 상향적 참여를 통한 근린정부형성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현재의 서울형 주민자치는 동마다 6천만원의 예산과 구마다 1억6천의 예산을 투입하는 하향적 관리통제의 예속성을 가진 것일 수 있다.

( ※ 위 내용은, 6월 21일, 한국NGO학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등이 공동 주최한 마을자치와 마을민주주의 공동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주민주권과 민주주의:주민자치관련 중앙정부정책 및 사례 분석” 가운데 일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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