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 "북한의 핵물질 수출" 조작

부시행정부, "북한의 핵물질 수출" 조작
[논평]미국은 정보조작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2005. 3. 21.
국회의원 권영길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회담을 열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Washington Post는 3월 20일자 기사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2월 초 뉴욕 타임스의 보도로 촉발된 북한의 핵물질 수출에 대한 논란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사실왜곡’이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 보도는 북한의 핵물질 거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부시 행정부 고위 관료의 증언을 기반으로 한 내용으로서, 우리는 그 신뢰성을 높게 평가한다.

‘정보누락’ 혹은 ‘왜곡’이 목표하는 바는 분명하다. 조작된 정보를 통해서라도 당시 북핵문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던 중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에 동참시켜, 북한의 굴복을 받아내기 위한 ‘정보조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과 제제의 수순에 돌입하기 위한 시점으로 ‘금지선’(red line)을 설정해 놓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미 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금지선의 최상한선이 북한의 핵물질 이전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이 미국이 상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순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거의 불가능해 지는 것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미국의 좀 더 유연한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대북 포위와 제제를 주장하는 미국의 주장은 힘을 얻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미국은 이미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조작을 통해 전 세계의 반전여론을 뚫고 이라크를 침공한 바 있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도 ‘거짓 정보’로 인한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라이스 장관과 어떠한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 사전에 ‘정보조작’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할 것이다. 미국 또한 ‘정보조작’ 폭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만일 미국이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국민들의 대미 신뢰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며, 한미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향후 우리정부는 미국과의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공조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진위여부와 그 의도부터 따져 보아야 할 판이다. 아무런 증거제시 없이 미국의 의혹제기에 그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문제도 그 진위여부부터 면밀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수순도 한국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진지하게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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