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와 맞물려 새로운 퀀텀점프 가능할까

[뉴스캔=장마리 기자]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가 어느날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다 깨어났는데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신인지 분간을 못했다는 고사성어 ‘호접지몽(胡蝶之夢)’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같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란 의미의 메타(Meta)와 현실세계란 뜻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발전한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이전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왔다. 

한 예로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해 '미국 초딩의 놀이터'로 불리는 ‘로블록스(Roblox)’는 최근 미국 증시 상장 첫 날인 지난해 3월 10일 기준가 45달러 대비 54%가 오르는 대박을 터뜨렸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380억달러(약 43조원)를 넘겼다.

이는 심즈·배틀필드 등의 게임을 제작한 글로벌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의 시총 375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레고처럼 생긴 아바타가 돼 온라인 3차원 입체 가상세계 속에서 각자 룰을 정해 테마파크 건설과 운영, 애완동물 입양, 스쿠버 다이빙 등의 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가입자의 게임에 참여 · 소통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로벅스(Robux)로 아이템과 감정 표현, 게임 등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156분간 로블록스에 빠져있다고 한다. 유튜브의 3배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아바타(Avatar)’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1992년 발표 소설인 '스노우크래쉬'(Snow Crash)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  

그는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 활동한다는 구도를 설정했다. 

그의 영향으로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아바타로 변신한 사람들이 다른 아바타들과 가상세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쇼핑이나 취미생활은 물론 돈을 버는 경제적 활동까지 하도록 설계된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가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 제한으로 주로 PC에서만 이를 즐길 수 있어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2009년 말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아바타'가 선보이기도 했다.

아바타와 함께 하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아바타와 함께 하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유선인터넷에 비해 속도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5G 이동통신이 보편화되고 차세대 디지털 기술의 총아인 블록체인이 급성장하면서 현실세계에 비해 뭔가 약간 부족하게 느껴지던 가상세계에도 질적 변화가 찾아왔다. 

그동안 디지털 가상세계는 실제 공간 위에 가상 정보를 겹쳐 하나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상현실(VR), 두 기술을 접목한 혼합현실(MR:Mixed Reality)과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등의 발전 단계를 거쳐왔다.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국내외에서 새로운 방식의 가치사슬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점차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디지털세상이 현실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있는 모양새다.

먼저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는 아바타가 응용하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기술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코인 등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기술인 NFT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그럼에도 엘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뮤지션인 그라임스는 최근 NFT를 활용한 '워 님프(War Nymph)'라는 제목의 디지털 그림 컬렉션 10점을 온라인 경매에 부쳐 65억원 상당을 벌어들였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는 "지금 내 트위터를 막 설정하는 중(just setting up my twitter)"이라는 다섯 단어를  28억원에 팔았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아예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거래화폐로 내건 NFT 미술작품 가상경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11일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작가 비플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 작품 '매일:처음의 5000일'이 6천934만달러(783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국내 디지털 아티스트 미스터 미상은 최근 NFT 작품 '#04. Birth of Mr Misang'을 글로벌 플랫폼 '슈퍼 레어(Super Rare)'에서 4만1천653달러(20이더리움·약 4천700만원)에 팔기도 했다. 

미국 프로농구(NBA)는 지난해 NFT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이 보유한 게임 하이라이트 영상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NBA 탑 슛'(Top Shot)을 오픈해 10만명이 넘는 고객에게 영상을 판매했다.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 영상은 무려 20만8천달러(2억3천500만원)에 팔렸다. 

NFT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K-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세계적 아티스트로 키워낸 빅히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위버스는 팬덤을 바탕으로 이뤄진 가상세계이다. 빅히트의 위버스는 누적 앱다운로드가 2천500만건을 넘어섰고, 세계 팬 커뮤니티 플랫폼 중 최다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빅히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에 투자했다. CJ ENM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합작법인을 세워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K팝 세계를 펼쳐보일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실제 멤버 4명과 가상 아바타 4명이 함께 하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정식 데뷔시켰다. 데뷔 곡 '블랙 맘바'는 공개 51일 만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했다. K팝 데뷔 곡 기준 가장 빠른 속도다.  

메타버스로 구현되는 가상세계 박물관에서 NFT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스포츠 영상 가상경매에도 참여해보고, 아바타 걸그룹 공연을 보면서 휴일을 보내는 일상도 조만간 가능할 것 같다.  

시대를 구분할 때 지금까지는 예수 탄생 시점을 기점으로 B.C(Before Christ)와 A.C(After Christ)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코로나19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한동안 돌았다.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가상화폐, 가상자산, 블록체인 등의 급격한 부상은 훗날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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