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밝혀지고 있는 북한의 핵

실체가 밝혀지고 있는 북한의 핵
김정일 위원장의 딜레마 II
5개월 시간 벌기로 무엇을 할까?
시간이 지나면서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북한정권의 실체

내주 26일께에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추측 보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선전선동은 과거와 다름없이 힘겨루기 차원에서 진행 중에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8일자로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일방적인 핵 포기를 강요하려 해서는 절대로 조선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수 없고 오히려 핵 위기를 더욱 격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고 만일 미국이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전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우리 공화국을 무장해제시키고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계속 추구한다면 그러한 회담은 안 하는 것만 못하며 도리어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있는 정도다.

이러한 북한의 상투적인 공격적 선전선동에 대한 간접적인 의사표시로 간주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14일에 열린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일단 진전이 보일 때가지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 아래 몇 일간 협의 후 열흘에서 2주간의 시차를 두고 협의를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만약 그렇게 해서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경우는 ‘다자간 대화를 중단하고 압력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뼈대 있는 입장천명을 한 샘이다.

이 제 6자회담의 존속여부가 판가름 나는 새로운 데드라인이 올 해 말로 결정된 것이다. 콜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 달에 한.중.일 3국 방문 시에 밝힌 시한이 올 해 연말이고, 만 약 올 해 연말까지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으면 미국정부는 성과가 없는 마라톤 협상에 임할 생각이 없다고 나름의 시간설정을 한 것이다.

일단 회담복귀를 선언한 김정일 위원장은 약 5개월의 시간은 더 벌었으나, 그 다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헨리 키신저 같은 외교전문가도 일단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낙관론을 편 것도 긍정적인 징후이지만, 과연 김정일 위원장이 체제유지의 근간으로 마지막 지렛대로 대두된 북 핵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움직인다는 전망은 필자에겐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의 사려 깊은 분석내용 중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 북한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합의를 이루고 있고, 북한이 정말 파산한 국가라면, 북한이 탈출구를 찾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 같은 전제가 사실 이라면, 한국이 자꾸 더 많을 것을 북한에 제공하겠다는 것이 어떤 시점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충고한 것에 우리 정부의 당국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일단은 회담복귀로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정책의 예봉을 피하고 약 5개월의 시간 벌기 작전이 성공하고 있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북한 내부의 핵 기밀관련 정보가 유출되면서 초조해지는 심정을 18일자의 노동신문 논평이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노동신문 논평은 “ 6자회담은 회담을 위한 회담으로 되어서는 안되며 더욱이 일방이 타방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불순한 목적을 실현하는 데에 악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조.미가 공존하려는 입장과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문제 토의에 임한다면 6자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 적극적인 진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원칙적인 원론적 논평만 하고 있다.

이 논평 안에는 내심 초조한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이 녹아있다.

북한의 김정일 선전선동전략이 이이제이(以夷制夷)책을 통하여 한국을 미국의 동맹체제로부터 이간질 시키고, 미국의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부정적 이미지인 제국주의적 패권추구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주변의 강력한 후원자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 하려고 해도, 그 정당성과 실효성은 이 미 색이 바랄 대로 바랜 상황이고, 더 이상 핵을 포기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이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 서울로 귀순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국정원에서의 조사과정에서 김정일의 실체에 대한 매우 중요한, 어설프지만 매우 의미 있는 정보 하나를 제공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그가 군수공업을 전담하고 제2경제위원회 산하 무기개발 연구소에서 근무한 박사 기술자로서 핵개발 관계자들과 친한 사이여서 북한의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핵 관련 대화를 들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 즉, 북한의 과학자들이 플루토늄 4kg을 들여서 1t짜리 핵 폭탄을 만들었으나 이것이 실전에서 작동될지 여부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으며 아마도 성능에 대한 검증도 없는 상태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업적을 과장하는 차원에서 허장성세(虛張聲勢)의 보고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두 가지의 추론을 할 수가 있다. 하나는, 김정일 정권이 정말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파키스탄식으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핵 협상을 이끌어 명실공히 핵 보유국의 지위를 통한 체제유지를 꾀할 것이고, 둘째는 최근에 귀순한 북한 최고인민회의대의원의 진술대로 제대로 작동이 될 지 안 될지 의문투성이인 낮은 수준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 것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공갈을 친 것이 들통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점점 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소진되고 있는 김정일 카드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전문가라면 김정일 위원장이 잇단 미소로 마치 체제단속을 버리고 개방으로 갈 것 같은 속임수로 우리정부로부터 현금 및 물자지원을 얻어내려는 속내가 무엇인지 침착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체제유지가 급선무인 그에게 원칙이 없고 낭만적인 민족감정에 기댄 외세배격논리는 호주머니에 숨겨진 핵 무기만큼이나 큰 무기이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남한 인질론’의 현실성을 더 키우고 민족공조의 칼날을 더 갈아서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하는 최후의 5개월 동안에 김정일은 남한내의 혈육상봉을 고대하고 있는 이산가족 및 감성적인 젊은 세대, 그리고 태생적으로 친북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세력들에게 한반도에 큰 평화와 교류의 물결이 있어서 미국이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착시현상(錯視現象)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해 온 중국정부는 북한이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인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핵 문제는 복잡하며 곧장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기에 앞으로 5~6차례 회담을 지속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북.미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매우 못마땅하게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는 독자적인 여론몰이를 통한 북핵 해법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는 필자의 판단이다.

지난 3월에 RSOI라는(팀 스피리트 대체훈련)훈련 중, 주한미군가족의 일본 대피훈련도 실시됐는데 그때 페리호가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연습도중 부산항으로 귀환했다는 한 일간지의 모 인사 인터뷰기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북한이 이 시점에서 체제단속을 더 강화하면서 철저한 통제를 전제로 일부지역에 대한 관광상품 개발을 요청한 우리측의 요구에 합의한 이유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더 분석되어야 한다. 남한으로부터 돈과 물자지원은 매우 이로운 것이지만, 남한의 개방과 민주주의 물결이 북한이 일반주민들에게 전파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당국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전제된 것인지 알지만 다시 한번 살펴 볼 일이다.

지난 2000년도에 현대아산이 북한과 철도연결, 유무선 통신 및 인터넷 사업 등 소위 ‘7대사업’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문서에만 나와있는 현실화되지 않은 이행되지 않는 약속이라는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정부가 무엇을 염두 해두고 한 합의인지 더 진지하게 고찰 할 일이다.

김정일 정권의 시간벌기와 남한과의 경협확대를 통한 이미지 개선 및 실질적 현금 및 물자획득 전략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한반도의 비핵화 및 북한의 점진적 개혁.개방으로 연결될 수 있을 지를 놓고 환상적인 기대감과 단기적 정파적 이득을 떠난, 대다수의 국민들의 생존권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시각에서 냉정한 평가가 행해지길 바랄 뿐이다.
2005-07-18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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