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반발에 '국회 불신' 국민 정서까지 '산 넘어 산'
의원 30명만 늘려도 5년간 소요되는 추가비용 '1360억'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국회 사무처]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국회 사무처]

[뉴스캔=박진용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띄운 '선거구제 개편' 의제가 정치권을 강타한 모양새다. 국회 논의를 앞둔 선거구제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국회의원(비례대표) 수 확대 여부다. 

현재 제시된 3개 개편안 중 2개 안이 임명직인 비례대표 중심으로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그에 따른 막대한 재원과 '국회 불신'이라는 국민 정서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지역구 선출직인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넘어야 할 현실장벽이다.

그간 중앙 정치권에선 전국구 선거철이면 '정치 개혁'이란 명목으로 의석수 확대 논의가 단골 의제로 등장했지만, 국민 여론과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막히며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첫 단계부터 저항이 만만찮아 험로가 예상된다.


◆ '비례대표 확대' 선거 개편안, 의원·국민 반발 거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위는 지난 17일 정치관계법개선소위에서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개 개편안을 논의키로 의결했다.

국회는 이같은 결의안을 오는 27일부터 전원위원회(전원위)에서 집중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1안과 2안은 현행 지역구 의석 253석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확대하는 게 골자다. 3안의 경우 지역구 의석을 줄인 만큼 비례대표로 채워넣자는 취지다. 

이는 앞서 김진표 의장이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개편안과 큰 틀에서 동일하나, 현역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3안은 전원위에서 배제될 공산이 높다.

당장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거제 개편 3안 등 지역구 축소 논의를 놓고 불만이 터져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중진 의원은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국회 '비례성'을 높이는 게 의회 민주주의 실현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나"라며 "의원 세비와 보좌진 인건비를 동결시키고 파이(의석수)만 늘린다는 구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자체 분석한 의석수 30명 확대 시 5년 동안 소요되는 추가예산.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예산정책처가 자체 분석한 의석수 30명 확대 시 5년 동안 소요되는 추가예산.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2월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의원 정수 30명을 확대할 경우 5년 동안 국회의원 세비, 보좌진 인건비 등 약 1359억 원(연간 272억 원가량)에 달하는 예산 증액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 50명을 늘리게 되면 5년 동안 최소 20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의석수를 늘리지만 그에 수반하는 세비, 인건비는 동결한다는 개편안 각론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의정 기능을 바라보는 국민 불신도 이번 선거제 개편안이 넘어야 할 거산이다.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 1월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석수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은 찬성(29.1%)의 두 배에 달하는 57.7%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 지향적 의정보다 여야 간 정쟁에만 골몰하는 국회 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회의원수 50명을 더 늘리겠다는 국회의 논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열변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의원은 200석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껴왔다"라며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현행 의석수에서)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 의원은 이날부터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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