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고유가' 주유소 감소세...지난 5년간 863개 주유소 폐업
정부 油 단가 경쟁촉진안에 주유업계 '출혈경쟁' '품질저하' 우려

 [일러스트 = 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 = 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전국 주유소업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전기차 활성화에 글로벌 고(高)유가 악재까지 겹쳐 경영악화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탓이다. 이에 전국적으로 주유소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부가 유가 안정화 취지로 '휘발유 도매가 공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석유 유통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진 실정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정유사 간 출혈성 단가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일선 주유소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유관업계의 불만과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본지가 한국석유관리원 자료를 통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지역별 주유소 업체 현황을 살펴본 결과, 주유소는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이 꾸준한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중구 소재의 한 주유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박진용 기자]
서울시 중구 소재의 한 주유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박진용 기자]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해 기준 1만1144개소로, 전년(1만1378곳) 대비 234개소 줄었다. 최근 5년간(2017~2022년) 매년 평균적으로 170여 곳의 주유소가 폐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대로라면 5~6년 뒤면 전국 주유소는 1만개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유소 감소가 전기차 보급 확산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유가가 진정된다고 해도 경쟁원료인 전기 등 신재생에너지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기성 원료를 취급하는 주유소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휘발유 도매가 공개안은 석유유통업계의 부침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기름값 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단편적 시장 개입이 업계 생태를 왜곡시키며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       

한국석유관리원이 집계한 전국 시도별 주유소 현황 [자료 = 한국석유관리원] 

◆ '도매가 공개' 정부안, '출혈경쟁' 촉발로 업계 수익성 파탄 우려


이와 관련, 주유소 사업주들은 국내 주유업계의 경영 악화 실태에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휘발유 도매가 공개'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도매가를 공시해 정유사 간 시장경쟁을 촉진시켜 유가를 안정화시킨다는 취지다.

한국주유소협회 소속이자 경북 구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26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전국 주유소의 경영 악화 상황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지방을 시작으로 폐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라며 "정부 도매가 공개 방침에 '2차 쇼크'를 맞을까 걱정이다. 석유유통은 정부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 시장 생리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부작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서울 중구 소재의 한 주유소 사업자도 이날 본지와의 취재에서 "(휘발유) 도매가 공시가 건전한 시장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정부 탁상행정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이는 오히려 출혈경쟁과 휘발유 품질 저하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현재 '도매가 공개' 정부안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재심의를 거치고 있는 상황. 수차례 규제위 심의를 통해 해당안이 논의된 바 있으나, 주유업계의 극심한 반발 등으로 번번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휘발유 도매가 공개안에 대해 당초 지난 24일 규제위 재심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의견을 더욱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다만 정부가 휘발유 도매가 공개 방침을 전면 백지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업계 의견 조율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부호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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