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산은 사측 일방적 행정절차 강행에 "밀실 날치기" 반발
'산은법 개정' 놓고 여야 입장차 극명...169석 巨野 문턱 높아

서울 여의도 소재 KDB산업은행 본사 전경 [사진=박진용 기자]
서울 여의도 소재 KDB산업은행 본사 전경 [사진=박진용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금융위원회에 '이전기관 지정안'을 전달하는 등 본사의 부산 이전 절차가 다음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팀장급 미만 중심의 산은 노동조합 측이 강한 반발 의사를 표하고 있어 세부적인 이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현재 산은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 지방 이전 절차 강행을 문제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며 서울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다 보니,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근로여건과 삶의 질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이미 지방 이전 기조가 확정된 상황에서의 노조 반발에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28일 산은 노조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 측이 본사 지방 이전안을 노사 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행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전날(27일) 산은이 경영협의회를 통해 지방 이전 공공기관 선정 절차의 일환으로 검토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키로 결정한 데 따른 반발이다. 

산은 노조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원회 앞에서 산은 이전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산은 노동조합 측 제공]
산은 노조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원회 앞에서 산은 이전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산은 노동조합 제공]

KDB산업은행 노조 "사측 일방적 본사 이전은 '밀실 날치기'"


이날 산은 노조는 "강석훈 산은 회장은 노조가 요청한 지방 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설립을 거부하고 직원 2800여 명이 반대 서명을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지방이전기관 지정안을 결의했다"면서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는 사측의 이전 방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산은 이전 방안은 본점을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사회 결의를 거쳤어야 함에도 강 회장은 사외이사들이 부산 이전을 거부할 것이 두려워 이사회가 아닌 경영협의회를 통해 결의했다"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노사 협의에 따라 이전 방안을 제출하라고 권고했지만 노조 소통을 건너뛰고 '밀실 날치기'로 이전안을 처리했다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노조는 사측의 이전안 처리 과정에 절차적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만약 이전안 검토보고서가 이대로 최종 통과한다면 사측은 물론 심사 당국인 금융위원회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노조원 A씨는 <뉴스캔>과의 인터뷰에서 "사측의 본사 이전안 날치기 통과 행태에 황망할 지경"이라며 "본사 이전 문제를 회사 구성원들 의견 수렴도 없이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처리해도 되나. 본사 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주거권 박탈과 생계 위협은 무시되어도 되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산은 노조가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 도로변에 설치한 현수막 [사진=박진용 기자]
산은 노조가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 도로변에 설치한 현수막 [사진=박진용 기자]

또 다른 산은 노조원은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부장급 고위 임원이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해 산은 부산지점을 '동남권 지역본부'로 조직 확대 개편을 제안하면서 일이 커졌다"라며 "이는 현재 법적으로도 본사의 부산 이전이 불가한 상태에서 이전 절차를 강행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현행 산업은행법은 산은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이러한 법망을 우회하기 위해 지역본부를 신설해 서울 본사의 일부 직원들과 주요 사업부를 부산으로 내려보내고 있다는 게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은 노조는 현재 법률 검토를 거쳐 사측 행정절차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산은 이전, 정치권 공방 첨예...여야 입장차에 국회 문턱 높아


KDB산업은행 본사 이전 문제는 여러 절차적 난항과 노사 갈등으로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산은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관련법 개정과 함께 대통령실 직속 기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의 이전기관 지정이 필수다.

절차를 살펴보면 산은 본사가 제출한 이전안 검토보고서는 금융위 검토 및 승인을 거쳐 국토교통부로 이관된다. 뒤이어 국토부는 해당 안건을 유관기관과 협의해 균형위로 관련 안건을 상정하게 된다. 균형위에서 이전기관 지정이 최종 의결되면 산은은 노사 합의에 따라 구체적 이전안을 마련해야 한다. 

균형위에서 이전기관 지정이 결정되더라도 이후 산은이 이전 부지와 규모 등을 결정하는 계획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소통이 불가피한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된 산은 본사의 '이전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 문서에 따르면 산은은 자체적으로 이전안 구체화를 위해 이미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조 측 의견 반영이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산은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는 현행 산은법 개정도 주요 쟁점이다.

관련법이 개정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169석 절대 다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역점 사업인 산은 등 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6월 산은법 개정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나, 민주당에선 노조 인권과 주거권이 무시된 일방적 행정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산은 본사 이전은 정치권 이해관계와도 맞물리면서 난맥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이해당사자인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정부 당국이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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