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시아나 인수합병, EU·미국 등 해외심사 허들 넘어야
'고유지분 5%' 조원태, 합병 무산 시 '지분구조 요동' 후폭풍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우리는 통합에 100%를 걸었다. 우리가 무엇을 포기해야 하든 통합 성사를 위해 노력하겠다." 

국내 항공업계 '빅2'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숙원사업에 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비친 일성이다.

양 항공사 간 합병 이슈는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지만 EU(유럽연합) 경쟁 당국과 미국 법무부발 허들이 남아있다는 진단 속에 M&A(인수합병)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사 합병안을 놓고 최근 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승객 및 화물운송 경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데 이어, 미 법무부도 양사가 한 몸이 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양사 결합으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양사가 합칠 경우 아시아나가 '스타얼라이언스' 탈퇴 수순을 밟아야 하는 만큼, 미국 항공사들의 경쟁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듯 합병 무산설이 돌면서 한진그룹의 관련주인 한진칼과 한진칼우의 주가도 요동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최근 불거진 합병 무산설을 일축하며 '아시아나 절대 사수' 기조를 내비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대한항공 B787-9 [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B787-9 [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맥상...EU 심사, 미국발 견제 변수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합병 무산설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달 18일 미국 언론매체인 폴리티코가 소식통을 인용하며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 제기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현재 조 회장과 대한항공 측은 미 법무부가 합병을 반대한다는 현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양사 합병은 별 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DOJ로부터 양사 합병 승인에 부정적이라는 취지의 언질이 없었거니와, 미 법무부에서 자체적으로 합병을 불허하는 내용으로 소송까지 준비한다는 내용도 전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북미와 유럽 당국의 승인만 떨어지면 일사천리로 M&A가 진행될 수 있다"고 합병 무산설을 일축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양사 간 합병 무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에서도 심상찮은 미국·유럽발 기류를 감지, '합병 불허'를 대비하기 위한 밑작업에 착수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7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당초 해외 기업결합 심사 문턱만 넘으면 인수합병은 무난히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EU나 미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회의적이라는 여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데다, 합병 후 진통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적잖다"고 진단했다. 이어 "심사 통과를 위해 주요 슬롯(노선)을 포기한 데 따른 반대급부가 큰 상황이다. 합병이 성사되어도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도 넘어야 할 현실장벽이지만 양사 합병이 이뤄진 이후 독과점과 소비자의 선택지 축소, 아시아나 채무 인수에 따른 재정 리스크 등도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된다.

반면 양사 합병에 따른 순기능도 엄존한다. 거대 항공사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고, 대대적인 노선·조직 개편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며 최대 4000억 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생길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조 회장은 각종 우려와 논란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어떻게든 아시아나를 합병시켜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우려들을 일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원태號 한진 '아시아나 흡수' 사활, 왜 


조 회장이 이렇듯 아시아나 인수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데에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경영권을 놓고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혈전을 치렀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반도건설, 사모펀드 KCGI와 '반(反)조원태 연합'을 꾸려 조 회장의 경영 일선 진출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조 회장의 '백기사'를 자청한 LX판토스(LX그룹 계열사)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3.83%를 사들이면서 승기는 조 회장에게 기울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순수 지분은 5.78%로, 오너일가와 재단을 모두 합쳐 19.79%다. 조 전 부사장의 고유 지분은 2%대다. 

여기에 조 회장에게는 아시아나 인수를 전제로 한진칼 증자에 동참한 산업은행 지분(10.58%)도 든든한 우군이다. 

다만 조 회장으로선 대한항공-아시아나 M&A가 무산될 경우 맞게 될 역풍도 만만찮다. 만약 산은이 인수합병 무산으로 투자금 전액 회수를 결정하게 되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이 경우 조 회장을 지지했던 오너 일가의 심경에도 변화가 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이 보유한 5%대 고유 지분으로는 현 지분구조상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굳히기 어려운 만큼, 양사 합병 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2차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조 회장이 주요 노선을 상당수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나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배구조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조 회장이 양사 합병을 이끌어 낸다면 오너 일가 등에 대한 지배력과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굳힐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향후 아시아나 인수전에 총력을 편다는 구상이다. 해외 경쟁 당국에 대한 설득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양사 M&A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합병 당위성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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