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오일뱅크, 주관사 실수로 ‘금리 오기’
수요예측 흥행 불구 금감원이 발행 취소

KB증권 본사. [사진=KB증권 제공]
KB증권 본사. [사진=KB증권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시 주관사인 KB증권이 증권신고서에 금리를 잘못 표기한 탓에 HD현대오일뱅크(HD오일뱅크)의 7년물 회사채 발행이 무산된 것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5일 HD오일뱅크는 3년물 700억원, 5년물 800억원, 7년물 5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확정하고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발행일인 16일 당일 연 이자율 4.652%로 기재됐어야 할 7년물 500억원의 연 이자율이 4.649%로 잘못 기재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작성은 주관을 맡은 KB증권이 주도했다. 이에 KB증권은 수정을 요구했으나, 금감원은 기한이 지나 정정 공시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HD오일뱅크 측이 해당 회사채 발행을 취소하면서 실제 발행 규모는 예정됐던 2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줄었다. 애초 HD오일뱅크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8750억원의 투자 주문을 신청받았다. 

특히 이번에 문제시된 7년물의 경우 모집금액 200억원에 125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오며 흥행에 성공해 5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었다. 가산금리는 증액 이후에도 개별 민평금리 대비 마이너스 1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수준으로 낮게 형성됐다.


◆ HD오일뱅크, 수요예측 흥행 불구…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


이에 따라 HD오일뱅크의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애초 HD오일뱅크는 조달 예정 자금 2000억원 중 1900억원을 무보증 사채 상환에, 남은 100억원은 외화 단기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것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무산되면서 무보증 사채 400억원과 외화 단기차입금 100억원의 상환에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증권신고서 작성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한 현재의 회사채 신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회사채 발행을 위해서는 청약일 1영업일 전 오후 6시까지 발행 규모와 금리 등이 적힌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 기준이 되는 민평금리가 오후 5시가 지나야 확인 가능한 탓에 실제 신고서를 작성할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이번 협상은 KB증권 주도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총괄했다. 인수단으로는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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