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화, 2016년 이후 가치 폭락...6월 말 현재 900원대 저점
국내 투자자들, 환 차익 노린 '엔화예금'에 日 주식 저가 매입

엔화 하락세에 최근 국내에선 '엔테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엔화 하락세에 최근 국내에선 '엔테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캔=박진용 기자] 엔화 가치가 지난 2015~2016년 1차 낙하 파동에 이어 8년 만인 올해 또 다시 최저치로 수직하강하자, 국내에선 최근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엔테크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엔화 가치가 낮을 때 엔화로 환전해서 예금해 뒀다가 엔화 가치가 회복되면 다시 한화로 환전해 환 차익을 보는 '엔화 예금'과, 환율 하락에 싸진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가 환율과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일본 주식'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현재 미국의 연준금리 상향 방침에도 우리나라와 달리 '금리 완화'라는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본 엔화 가치는 약 8년 만에 한화 환율 기준 800원대까지 추락했고, 현재 900원대 초반 수준에 그쳐있다. 26일 현재 엔화 환율은 907원이다.


6월 '엔저' 지속에 개인 투자자들 속속 엔화 예치 


이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엔화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엔화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26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엔화 예금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5월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 예금은 967억9000만 달러(한화 126조7000억 원)로 전월 대비 무려 54억 달러(한화 7조700억 원) 늘었다. 엔화 예금 증가폭은 국내 엔화 예금 규모가 많이 증가했던 지난 2017년 10월(9억7000만 달러, 한화 1조2700억 원)의 무려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거주자 외화 예금'은 내국인을 비롯해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 중인 외국인,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 등이 보유한 외화 예금 총액이다. 이번 한은 조사에서 외화 예금 총액은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그 중 엔화 예금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예금의 경우 이자가 낮은 편이고, 환전 시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반대로 엔화를 처분할 경우 붙는 환 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은 없다. 이 때문에 초기 환전 수수료 등 기회비용보다 엔화 가치가 올랐을 때 환 차익으로 볼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엔화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일본 엔화가 지난 2015~2016년 이후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환율은 현재 900원대 초반으로 유지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일본 엔화가 지난 2015~2016년 이후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환율은 현재 900원대 초반으로 유지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이에 순수 환 차익을 겨냥한 투자자들은 현찰 수수료와 환율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시중 주요 은행의 모바일 환전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 전언이다. KB국민은행의 'KB외화머니박스', 신한은행의 '환전 모바일금고', 우리은행의 '환전주머니', 하나은행의 '환전지갑' 등이 대표적 환전 보관 서비스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화 예금이 증가한 것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금 예치가 늘은 것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환 차익을 노린 엔화 예치가 늘은 것이 크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 日 주식 '저점 진입' 가속화


최근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일본 주식을 저가에 매입해 엔화 환율과 주가가 올랐을 때 처분하려는 개인 투자도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만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매수한 사례는 총 2만714건(4억2218만 달러, 한화 5406억 원)에 달했다. 이는 1만7014건을 기록한 지난 1분기(2억1256만 달러, 한화 2767억 원)와 비교해 무려 두 배에 달하는 121.7% 증가한 수치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엔저가 나타날 때 일본 주식 투자총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타 외환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의 경우 순수 환 차익에 주가 상승분까지 추가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보통 투자자들이 외환 예금 계좌와 증권사를 연계해 해외 주식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저가 지속되자 최근 엔테크의 일환으로 엔화 상장지수 펀드(ETF)도 급부상하는 추세다. ETF의 경우 예금통장을 개설하거나 환전을 하지 않더라도 재테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 엔선물 ETF'의 경우 국내 유일의 엔화 연계 ETF 상품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600억 원 규모의 투자액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지난 2015~2016년 1차 낙하 파동에 이어 8년 만인 올해 또 다시 최저치로 수직하강하자, 국내에선 최근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엔화 가치가 지난 2015~2016년 1차 낙하 파동에 이어 8년 만인 올해 또 다시 최저치로 수직하강하자, 국내에선 최근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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