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 못이겨 ‘탈세’ 고발...제보자는 고소당해 실형
300억 추징하고 포상금 ‘0원’…국세청 “중요 제보 아냐”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캔=이동림 기자]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한 영업사원 A씨가 수년 전 회사 탈세를 국세청에 제보했다. 이후 세무조사가 이뤄졌고 회사가 300억원에 가까운 탈세 추징을 당했다.

그런데도 A씨는 포상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제보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A씨는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해 실형을 살다 나왔고, 그 뒤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사인을 포함 복수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롯데칠성음료는 수년간 영업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영업사원에게 할당량을 지정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그 할당량을 채우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18일 시사인은 사회면에 <한 내부고발자가 겪는 차디찬 현실> 기사를 내고 “롯데칠성 영업사원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 채 회사 지시에 따라 손해를 감수하고 영업실적을 달성해오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회사의 탈세 사실 등을 주무관청에 신고했다”며 “그런데도 회사는 판매대금으로 개인 빚을 갚고, 신고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해 위로금을 받아 갔다는 이유로 영업사원을 고발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회사의 고발 내용대로 업무상횡령죄와 공갈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영업사원이 기업의 탈세 사실을 국세청에 신고한 것은 형사처벌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기업 비리를 고발해도 신분보장, 형사책임 감면은 적용되지 않고 법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업과 싸우다 형사처벌에 내몰린 A씨는 국세청이 운영하는 탈세 제보 포상금 지급 제도의 문을 두들겼지만, 이마저도 문전 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탈세 신고로 특별 세무조사를 한 것은 맞지만 제출한 자료가 ‘중요한 자료’가 아니라며 그 지급을 거절했다. 현재 A씨는 국세청과의 행정소송에 내몰린 채 기나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3일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포상금에 대한 신청 건은 제보자와 국세청과의 행정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당사에서는 이에 대해 별도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의 강압적 실적 요구가 있었느냐’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 = 뉴스타파에 따르면 A씨는 2006년부터 당시 롯데칠성음료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무리한 실적을 강요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품을 가상으로 판매했다고 보고하고 그 상품을 사후에 무자료 덤핑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가상판매를 진행했다. 이에 따른 손해 비용은 영업사원이 일정 부분 메워 넣어야 하는 구조였다. A씨의 빚은 4억원이 넘게 쌓였다. 2018년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과 합의했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A씨는 관련 사실을 국세청과 언론에 제보했고, 국세청은 회사에 대해 3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는 A씨를 고발했다. 판매대금으로 개인 빚을 갚고, 신고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해 위로금을 받아 갔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회사의 고발 내용대로 업무상횡령죄와 공갈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2021년 5월 14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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