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컬렉터', 미술품 구매에 '억 단위' 지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Z세대 전시 관람 모습.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미술관이 MZ세대들의 '핫플'(핫플레이스)로 각광 받고 있다. 미술전시 관람이 2030세대에게 점차 부담 없는 '즐길거리'로 인식되면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하면서다.

이로 인해 갤러리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고상한' 문화생활로만 여겨졌던 미술 전시회에 '힙한' 옷차림을 한 2030들이 미술 작품을 진지하게 관람하거나 이들이 전시장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다. 

미술관이 MZ 세대들의 핫플로 부상한 데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전시가 공연 등에 비해 비용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코로나19의 종식이 문화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교차한다. 또 일각에선 국내 미술 전시계의 다변화로 인해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MZ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굴지의 글로벌 아트페어들이 국내 미술 시장을 겨냥하면서 MZ세대의 미술 관람 열기를 불어넣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잘 알려진 '프리즈' 등 해외 갤러리의 국내 상륙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마우리치오 카텔란(리움), 에드워드 호퍼(서울시립미술관), JR(롯데뮤지엄) 등 세계 유수의 미술작가들이 국내에서 갤러리를 오픈하며 청년층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 거장급 미술 컬렉션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전국구로 열리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해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전시에는 당해 하반기에만 무려 93만 명이 몰리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성황을 이뤘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MZ세대 사이에서 핫플이자 성지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엔데믹 이후로 MZ의 미술전시 향유가 대폭 늘었다. 코로나19 창궐 전인 지난 2019년과 달리 올 상반기에는 서울·과천·청주 등 3개관에서 2030세대 관람객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국립현대미술관이 집계한 올 상반기 총 관람객 수는 무려 151만 명에 달한다. 이 중 2030세대는 ▲서울관 - 20대 49%, 30대 23% ▲과천관 - 20대 23%, 30대 27% ▲청주관 - 20대 34%, 30대 29% 등으로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와 관련,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제됐던 문화향유 욕구 분출과 청년층 관람객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감성'이 맞물리면서 미술관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공사로 오픈이 잠시 중단된 덕수궁관까지 갤러리가 재개되면 하반기에도 폭발적인 MZ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MZ 컬렉터', 미술 소비시장 한 축으로


김선우 작가의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on La Mauritius)’. [사진=서울옥션 제공]
김선우 작가의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on La Mauritius)’. [사진=서울옥션 제공]

여기에 청년층 전시 관람객들이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미술품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여기는 인식도 미술전시계의 MZ 열풍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는 분석이다. 최근 MZ 사이에선 '아트 컬렉팅'(미술품 수집)이 하나의 문화소비 형태이자 취미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MZ 아트 컬렉터'라는 수식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또 일부 MZ 컬렉터들은 미술품 구매를 단순 취미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처럼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 시장에 MZ가 대거 유입되면서 미술품 수집에 대한 관행이나 인식이 크게 바뀌는 양상이다. 여기엔 유명 셀럽(연예인) 또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한 몫 했다. 최근에는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다녀갔거나 컬렉팅한 작품이 유행처럼 SNS 물결을 타면서, MZ들로 하여금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MZ세대의 미술품 구매는 평균 7.5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50세대가 평균 10.5점을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량이다.

심지어 해당 연구에 따르면 MZ세대 상위 구매자의 80%는 미술품 구매에 1억~5억 원 수준으로 썼고, 나머지 최상위 20%는 무려 5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상위 구매자는 단순 취미를 넘어 작품에 관한 각종 정보들을 수집해 미술품 매입 경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도도새 작가로 유명한 김선우 작가의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 오후'는 지난 2021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억1500만 원에 낙찰됐다. 앞서 2019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540만 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에 무려 20배가량 시세가 폭등한 것.

이는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한 도도새롤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이 현대인의 억압된 자유와 꿈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가치소비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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