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수익성 가파른 회복세...이부진표 내실경영 빛 봤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호텔신라 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호텔신라 제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호텔신라 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호텔신라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국내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장녀로, 글로벌 면세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호텔신라의 리더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이 사장은 지난 2010년 호텔신라 대표로 취임한 뒤 13년 동안 호텔신라 경영에 매진하며 국내 1000대 기업 중 올해의 100대 CEO로 지목되는 등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는 기업 경영을 넘어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며 'K-관광'의 간판 홍보를 맡는 등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동 폭도 넓혀가고 있다.  

호텔신라의 올해 경영 성적표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지난 2021~2022년 양해에 걸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수입 등에서 매출 실적 부침을 겪었으나, 올 상반기 수익성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호텔신라의 상반기 매출은 1조6191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4%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동 기간 74.4% 증가한 1017억 원을, 당기순이익은 불과 1년 만에 무려 645.3%나 오른 1256억 원을 각각 기록해 회복 시그널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 기업은 호스피탈리티 브랜드 양대 축인 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총 매출의 80%가량을 면세점 사업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이 사장이 호텔신라의 면세 사업 글로벌 진출에 각별한 공을 들여 온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호스피탈리티 사업보다 면세 사업에서 외연 확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창궐로 관광시장이 침체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면세 실적도 최근 침체일로를 걸었다. 호텔신라의 최근 실적 동향을 살펴보면 전염병이 발발한 2020년 직격탄을 맞으며 1853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영업이익이 2021년 1188억 원, 지난해 783억 원을 기록하며 예년(年 2000~3000억 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호텔신라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실적과 버금가는 1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예년 수준의 실적으로 원상복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엔 이 사장의 '초심 경영', '내실 경영'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호텔신라 실적이)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철저히 고객 중심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수익 구조를 내실 있게 개선해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사장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운영권을 취득했다. 글로벌 국제관광 허브로 급부상한 인천공항에서 면세 사업권을 따낸 만큼, 실적 상승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호텔신라는 지난해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과 '로시안'을 출범시키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까운 아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며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다는 게 이 사장의 청사진이다. 여기에 글로벌 호텔체인을 구축하며 면세점 및 코스메틱(화장품) 브랜드 사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이 사장은 K-관광 홍보에 앞장서는 '여성 경제인'으로도 명망을 쌓아가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월 한국방문의해위원회(한방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K관광 협력단 출범을 주도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와 내년 해외 관광객 유치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만큼, 한방위 위원장을 맡은 이 사장의 어깨도 무겁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맞았던 K-관광 수요를 끌어올릴 견인차 역할을 맡아 민간 외교관으로서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그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 정부가 6년여 만에 단체관광을 허용해 중국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국내 면세점은 물론, 전국 주요 관광지의 지역 경제까지 재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이 사장은 중국 관광객을 일컫는 소위 '유커(游客)'에 대한 K-관광 홍보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장은 1970년생으로,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으로 처음 삼성그룹에 발을 들였고, 이후 삼성전자를 거쳐 호텔신라에서 기획부 부장과 전무로 승진가도를 달리다 현 호텔신라 CEO로 자리를 굳혔다.

재계에서 이 사장은 '리틀 이건희'로 불리며 결단력과 냉철함을 겸비한 여성 리더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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